잡곡 이렇게 드시면 당뇨, 고혈압에 좋아요[기고]

[박기도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부장] 얼마 전 어느 평생교육 전문기업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인생 만족도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80.3%가 건강을 꼽았다. 그다음이 가족, 행복, 돈 순이었다.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데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것이 건강이지만 관리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국민의 대사증후군 유병률 증가를 보면 비만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고혈압과 당뇨다. 2022년 질병관리청의 발표에 의하면 고혈압 유병률은 27.3%, 당뇨는 11.3%이다. 국민 10명 중 3명이 고혈압, 1명이 당뇨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건강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당뇨와 고혈압은 모든 병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걱정스럽다.

몸에 좋은 것을 얘기할 때 매번 인용하는 것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동의보감’이다. ‘동의보감’에는 잡곡의 효과에 관한 아주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쌀 외의 곡물을 통틀어 잡곡이라고 부르는데 알고 보면 정말 영양곡이고 건강곡이다.

시중에는 단일 잡곡부터 10곡 혼합, 15곡 혼합 등 정말 다양한 혼합잡곡들이 있지만 막상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르기가 쉽지 않다. 집에서는 몇 가지 잡곡을 한 움큼씩 집어서 쌀과 적당히 섞어서 잡곡밥을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때마침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당뇨와 고혈압에 좋은 잡곡 혼합기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당뇨에는 △귀리 △수수 △손가락조(조) △팥 △기장을 30:30:15:15:10의 비율로 혼합하면 공복혈당이 22.5% 낮아지고, 고혈압에는 △손가락조(조) △수수 △팥을 30:35:35의 비율로 혼합하면 수축기 혈압이 20%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또한 산업체에서 가공하여 제품을 만들 때는 당뇨에 좋은 혼합잡곡 조합에 압출팽화 처리를 하고, 고혈압에 좋은 혼합잡곡에 볶음과 증숙 처리를 하면 효과가 더욱 증진된다.

잡곡이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잡곡으로만 밥을 지어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쌀과 당뇨와 고혈압에 좋은 혼합잡곡을 7:3의 비율로 섞어 먹으면 식감도 좋고 효과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맞춤형 조합이다. 현재 이런 조합으로 당뇨와 고혈압에 좋은 혼합잡곡, 음료,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이 시중에 나오고 있다. 앞으로 고혈압 환자용 영양조제식품, 곡물바, 즉석밥 등도 나올 예정이다.

당뇨나 고혈압으로 고생 중이거나 혹은 앞으로가 걱정된다면 시중의 잡곡을 이런 조합으로 먹어보면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이를 통해 국민 건강이 좋아진다면 국가 연구기관에서 연구한 보람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건강도 챙기고 잡곡 소비도 늘고 더불어 쌀 소비도 늘어나니 일석삼조다. 이번 추석에는 당뇨로 오랫동안 고생하시는 장모님께 당뇨에 좋은 혼합잡곡을 들고 가야겠다.

박기도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부장(사진=농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