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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퇴근 200만 경기도민…'경기패스'만 원할까[현장에서]

양희동 기자I 2024.03.14 06:30:00

서울 출퇴근 200만 경기도민…왕복2~3시간 매일 전쟁
김동연 "서울이 합의 파기" 경기패스 단독 시행 강조
경기연구원도 '서울 통근자 위한 서비스 확대' 제안
날선 정치 공방보다 대중교통 서비스 선택권 넓혀야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최근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이 내놓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통근행태 변화 보고서’에서 연구요약 첫 단락에서 인용한 JTBC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대사다. 이 대사는 드라마 속에서 서울을 노른자, 경기도를 흰자에 비유해 서울을 오가는 경기도민들의 고달픈 삶을 표현해 많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경기연구원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이 하루 약 200만명(전체 인구 18%)이고 소요시간(편도)은 승용차 58.1분, 대중교통 78.3분이라고 분석했다. 또 경기도민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면 승용차보다 시간이 1.35배 더 걸리다 보니, 승용차로 서울 출·퇴근을 하는 비율이 55%로 대중교통 45%보다 높았다.

경기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매일매일 출·퇴근 전쟁을 치르는 경기도민을 위한 출·퇴근 교통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서울 통근자를 위한 지하철 및 광역버스 시설, 서비스 확대를 제안했다.

(자료=경기연구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1일 ‘경기언론인클럽 경기지사 초청 토론회’에서 기후동행카드에 대해 “지난해 11월 국토부 장관과 수도권 3개 지자체가 합의를 봤고, 각각의 특성에 맞도록 시행한다고 합의해 발표했다”며 “오세훈 시장이 4자간 합의를 정면으로 깼다”고 말했다. 합의를 깼기 때문에 기후동행카드 사용을 협조할 수 없고 경기도가 내놓을 ‘더(The)경기패스’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에 대해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편을 느끼는 분이 최소화되도록 서울과 경기의 실무 책임자 상호간에 협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김동연 지사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동연 지사 입장에선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경기도와의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로 오가기 위해 매일매일 출·퇴근 전쟁을 치르고 있는 200만명의 경기도민 입장에선, 지자체 간 합의 여부보단 기후동행카드와 같은 편리한 대중교통 서비스 확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수도권 3개 지자체 중 경기도는 면적이 1만199.54k㎡로 서울(605k㎡), 인천(1067k㎡)보다 각각 16.8배, 9.5배에 달하는 넓은 지역이다. 하나의 도시인 서울·인천과 달리 경기도 안에선 교통 수요도 넓은 면적만큼이나 지역별로 각기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경기연구원의 제안처럼 서울 통근자를 위한 추가적인 서비스 확대가 필요한 것이다.

사후 환급 방식인 국토부의 ‘K-패스’에 혜택을 추가한 ‘더경기패스’는 분명 교통비 절감에 큰 도움을 주는 정책이다. 그러나 매일 서울로 오가는 200만명 경기도민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기후동행카드와 더경기패스 중 유리한 교통카드를 선택할 수 있어야한다. 경기도민 입장에선 지자체장끼리의 합의와 날선 공방보다는 대중교통 서비스에 대한 선택의 폭 확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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