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가 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판매해온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환급률을 내달부터 하향 조정하기로 한 가운데 영업 현장에서 환급률 인하 전에 가입해야 한다며 홍보하는 ‘절판 마케팅’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저성장 기조 속 ‘인기 상품’으로 거듭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속도를 냈지만,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자 생보사들도 자체적으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은 고객이 보험료를 5년 또는 7년 납입하고 10년간 계약을 유지하면 납입한 보험료의 130% 이상을 돌려주는 보험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보장을 받으면서 원금에 이자까지 받는다고 홍보하면서 가입자 유치 경쟁을 펼쳤는데 당장 보험상품에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처럼 영업 현장에선 ‘다음 달부턴 가입 불가’, ‘이젠 역사 속으로’라는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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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납 종신보험은 20~30년납 종신상품과 비교해 납입기한과 원금 100% 도래 시점이 짧다는 특징이 있다. 신한라이프는 이 환급률을 최근 135%까지 끌어올렸다. 보험사가 단기납 종신보험 개발, 판매에 열을 올린 배경엔 ‘새 회계제도(IFRS 17)’가 있다. 단기납종신보험은 IFRS17에서 질 좋은 매출로 인식되는 ‘보장성 보험’이다. 지난해부터 대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단기납 종신 상품에 집중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6월 생보사에 한차례 자제령을 내렸다. 시장 과열이 결국 유동성 문제로 이어지면 보험사 건전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환급시점을 조정하는 대신 ‘고(高) 환급률’ 정책을 이어가 환급률이 130%대로 높아졌다. 올해 금감원이 현장점검에 나섰고 환급률 상향 경쟁이 막을 내리게 됐다.
그러자 곧바로 절판 마케팅이 고개를 들었다. 실제 설계사나 상담사들은 내달이 되면 현재 보장을 받을 수 없다며 가입을 종용한다. 단기납 종신보험이 ‘저축’이 아닌데도 돈을 모을 수 있는 비과세 통장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이렇게 좋은 상품을 판매한 적이 없었다’며 가입 막차를 타야 한다고 종용했다.
업계 안팎에선 IFRS17이 도입된 지난해부터 이러한 절판 마케팅이 관행처럼 이어지며 ‘상시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금감원이 제동을 건 운전자보험(변호사 선임 비용특약), 간호·간병보험(입원일당), 어른이보험, 독감보험 등도 모두 절판마케팅 이슈를 겪었다.
허연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공포심을 불러일으켜서 가입을 유도하는 방법(절판 마케팅)이 관행화하는 것은 공급자 윤리 측면에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다”며 “보험 광고에서도 절판을 이용한 마케팅은 금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