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피란제린이 의료 현장에서 오피오이드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오피란제린이 국내 품목허가를 받는다면, 의료 현장에서는 오피오이드 소모량을 줄이는 보조제 역할을 하는 약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증권사 제약·바이오 연구원은 “국내에서 3상 유효성 입증했다는 건 보여준거 같지만, 현업에서 바로 몰핀이나 펜타닐같은 오피오이드 약물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성공했다면 훨씬 빠르게 (매출 확대)가 이뤄졌겠지만 국내에서는 파급 효과가 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수술 후 중증 통증 조절에 마약성 진통제와 함께 비마약성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과 프로파세타몰, 케토롤락 등이 쓰이고 있다. 국내 기준 아세트아미노펜과 프로파세타몰, 케토롤락 성분으로 만든 주사제 제품은 18가지가 있다. 이들의 지난해 전체 매출 규모는 약 178억원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비마약성 진통제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프로파세타몰은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계열 약물로 본다. 케토롤락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다. 이들 약물은 몰핀, 펜타닐과 같은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를 쓸 때 보조제 역할로 쓰인다. 마약성 진통제 부작용이 큰 환자들일수록 비마약성 진통제 용량을 더 높여 쓰기도 한다.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프로파세타몰을 주 성분으로 하는 주사제는 영진약품(003520)의 ‘데노간’, 신풍제약(019170) ‘파세타’, 동광제약 ‘파노간’이 있으며 지난해 이들 매출은 약 90억원이다. 케토롤락의 경우 한국엘러간의 ‘아큐베일’을 포함해 명문제약(017180) ‘케토신’ 하나제약(293480) ‘케로민’ 대우제약 ‘케토락’ 등 14개 제품이 있고 전체 매출은 65억원 수준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을 주 성분으로 하는 파라세타몰카비 주사제는 지난해 매출 23억원을 거뒀다.
이들 제품 매출을 모두 더하면 단순 계산 시 비마약성 진통제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78억원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비보존제약의 오피란제린이 이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기존 마약성 진통제의 보조제로 쓰이는 18가지 비마약성 진통제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파이를 조금이라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비보존제약은 지난 2월 7일 오피란제린 임상 3상 일차평가지표 결과 해석을 담은 보도자료에서 “수술 후 통증 치료제로서 마약성 진통제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3월 6일 배포한 이차평가항목과 안전성 지표 결과 해석을 담은 보도자료에는 ‘대체한다’는 내용을 모두 뺐다. 공시를 봐도 기존에는 ‘오피란제린 주사의 수술 후 통증에 대한 확증적 진통 효능이 입증됨’에서, ‘오피란제린 주사제의 수술 후 통증에 대한 진통 효능과 함께 오피오이드 갈망 및 오피오이드 소모량을 줄이는 효능이 확증적으로 입증됨’으로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