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①치킨집 사장님, 변호사도 '영업' 배워야 산다

이윤화 기자I 2020.07.28 05:45:00

지상 강의: 셀피노믹스 3강 ''영업''
변호사 최근 5년새 1만명 늘어 ''포화'', 성형외과도 홍보 필수
경제활동의 근간인 ''영업''…주먹구구식 창업에 폐업 늘어
영업에 대한 편견 깨고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시대 돼야

◇오늘의 강연 및 지성인

☆‘셀피노믹스’(Selfinomics)

셀피노믹스는 개인(Self)과 경제성(Economics)을 합성한 신조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각각의 경제 주체는 과거와는 다른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경제 주체로 성공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을 소비, 영업, 마케팅 영역으로 나눠 설명한다. 1강에서는 셀피노믹스의 개념과 과거 산업혁명 시대 변화상을 되짚어보고 ‘시대의 변화’를 어떻게 인지할 것인지에 대해 다룬다.

☆신동민 경영인·경영학박사·저자

글로벌 다국적기업 GE에서 아시아·태평양 사업과 글로벌 마케팅 총괄 임원 역임. 현재 350년 역사의 독일계 제약·화학·소재기업인 머크(MERCK) 생명과학 사업부에서 한국과 대만 리서치 & 어플라이드 솔루션 사업을 총괄. 세계 20여 개국 100여개 주한글로벌기업 대표자들로 구성한 비영리 사단법인 주한글로벌기업대표자협회(GCCA) 회장.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 저서로는 ‘마케팅에 속지 않는 똑똑한 소비’, ‘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 등이 있다.

‘위대한 생각’ 강연자 신동민 GCCA 회장이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셀피노믹스’ 3강 ‘영업’ 편을 강연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이윤화 기자]‘다단계, 보험, 매출 압박, 권모술수….’ 우리는 ‘영업’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조선시대 신분제도 ‘사농공상(士農工商)’ 중 가장 낮은 계급으로 여겨지던 상(商)은 장사꾼, 장사치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러한 유교적 문화·역사적 배경을 비롯해 현대 사회에는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 힘든 직업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신동민 주한글로벌기업대표자협회(GCCA) 회장은 독립적인 경제 주체가 이끌어갈 셀피노믹스 시대에는 치킨집 사장님부터 변호사·의사까지 영업을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영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전문 교육과정을 통해 영업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고나라·당근마켓…“우리는 누구나 영업을 한다”

신 회장은 영업을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라는 협의적 개념에서 벗어나 생각하면 인류의 역사는 ‘영업의 역사’로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원전 9000년 서로의 물건을 동등한 조건하에 주고받는 물물교환에서부터 화폐경제가 만들어지고, 현대사회의 전자상거래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두 광의의 의미에서 ‘영업’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행위를 넘어 내가 가진 재화와 서비스를 다른 사람에게 팔기 위해 협상하고 설득하고 전달하는 모든 행위를 영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서 “넓은 의미의 영업은 경제 활동을 이루는 요소이자 근간”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 성형외과 간판이 즐비하다.(사진=연합뉴스)
영업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종도 셀피노믹스 시대에는 개인의 전문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영업활동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1906년부터 시작된 변호사 등록은 2006년 100년 만에 1만 번째 등록자를 돌파한 뒤 2014년 8년 만에 2만을 넘겼고, 2019년 5년 만에 3만 번째 등록자가 나왔을 만큼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 의료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업계도 마찬가지다. 성형외과와 개인병원들은 환자를 모으기 위해 대중교통과 각종 SNS에 가장 많은 광고를 싣고 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과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의 일상에 영업을 좀 더 가까이 가져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당근마켓’이다. 중고나라 회원 수는 2100만, 당근마켓은 800만을 돌파했다. 이 두 플랫폼의 사용자만 해도 약 3000만명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통계청 지난 5월 기준 2820만명)를 넘어서는 숫자다.

치킨집 창업·폐업 비율(왼쪽)과 변호사 등록자수 현황(표=김정훈 기자)


◇왜 영업은 교육하지 않나요?…“자영업 망하는 요인”

신 회장은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영업에 대한 전문적 교육이 부재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자영업자 비율은 높지만 개인 사업을 전략적으로 꾸려갈 경영·영업 능력의 부재로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낳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7위 수준이며, 취업자 4명 가운데 1명은 자영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 취업자 가운데 창업(자영업)을 선택하는 비율은 38.4%에 달한다. 동네 치킨집과 같은 소규모 영세자영업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외식업의 성공 확률은 8% 남짓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치킨 매장 수는 약 4만여개로 전 세계 맥도널드 점포 수(3만6300개)보다 많다. 우리나라에서 치킨 사업은 성인 1명이 한 해 평균 약 20마리의 치킨을 먹을 정도로 수요가 많은 시장이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창업하는 치킨집 수(8200개)보다 폐업하는 곳(8400개)이 더 많아졌을 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서울시 기준 5년차 외식업 생존률. 2017년 26.0%, 2018년 26.1%, 2019년 25.7%.(자료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
신 회장은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자금을 모아 가게를 꾸리고 사업을 시작하는데 몰두하지만, 각자의 제품을 어떻게 영업, 마케팅 할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직무 경험을 통해 주먹구구식으로 영업을 배우는 우리나라와 달리 석·박사 과정에 전문 영업 수업을 갖춘 외국처럼 ‘영업교육의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창업자금 지원과 소상공인 대출 등 ‘돈을 주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 프로그램은 창업과 폐업의 악순환을 만드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비즈니스 스쿨인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켈로그 MBA 스쿨에서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 마케팅 수업이 있다”면서 “선진국의 MBA 과정에는 세일즈 마케팅 과정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도 영업에 대한 전문성을 교육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위대한 생각’은…

이데일리와 이데일리의 지식인 서포터스, 오피니언 리더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 인문학 토크 콘서트입니다. 우리 시대 ‘지성인’(至成人·men of success)들이 남과 다른 위대한 생각을 발굴하고 제안해 성공에 이르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이데일리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획했습니다. ‘위대한 생각’은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이데일리TV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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