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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회삿돈 320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다 잠적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아들 정한근(54)씨가 21년 만에 검거돼 국내로 송환된다.
검찰은 22일 새벽 두바이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국적기에 정씨가 탑승한 즉시 구속영장이 집행됐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날 오후 12시 05분가량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전날 정씨를 두바이서 검거했다.
정씨는 1997년 11월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를 세우고선 회삿돈 3270만 달러(당시 약 322억원)를 스위스의 비밀계좌로 빼돌려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IMF 외환위기 직전 한보그룹 부회장이었던 정씨는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자 1998년 6월 자취를 감췄다. 당시 그는 국세 294억원을 체납한 상태기도 했다.
검찰은 정씨에 대한 신병확보가 어려워지자 2008년 9월 공소시효 만료를 이틀 앞두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 및 횡령 혐의로 그를 불구속기소 했다. 정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면 10년 넘게 미뤄진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이른바 ‘한보사태’는 건국 이후 최대 금융비리 사건으로 꼽힌다. 1997년 당시 한국 재게 서열 14위였던 한보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약 5조 7000억원에 달하는 부실 대출의 실체가 드러났다.
당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 부실 대출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정치계와 금융계에 막대한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정조사가 열렸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가 연루돼 구속되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1997년 법원에서 비리, 불법정치자금지원 등 8가지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002년 말 대장암 진단으로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현재는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