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디지털, 빅데이터 시대 예측할 수 없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옛날처럼 앉아서 그림부터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살을 비비며 기회를 포착해야 합니다. 우리은행이 스타트업에 현장과 디지털을 넘나드는 다양한 ‘공간’을 확대·개방하는 이유입니다.”
황원철(51·사진)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장 겸 최고디지털책임자(CDO·상무)는 24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은행의 새로운 스타트업 육성 계획을 밝히며 이같이 강조했다.
황 상무는 올해 우리은행과 스타트업 생태계 혁신을 위한 ‘변화’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크게 3가지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우리은행이 2016년 8월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 지원과 신사업 역량 강화 및 미래고객·산업 발굴을 위해 개소한 창업보육센터 ‘위비핀테크랩(FintechLab)’을 지난 18일부터 ‘디노랩(DINNOlab)’으로 확대 출범하고 다음달 10일까지 모집에 들어갔다. 디지털 혁신스타트업을 공룡(Dinno)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기존 ‘위비핀테크랩’을 지속·강화하는 한편 ‘디벨로퍼랩(DeveloperLab)’을 새롭게 선보인다.
‘위비핀테크랩’은 이번 4기 모집을 통해 기존 규모에서 확대한 약 10~15개 스타트업을 선발할 계획이다. 앞서 2016년 8월 1기 7개, 2017년 4월 2기 5개, 지난해 4월 3기 5개 기업 등 현재 17개 스타트업이 위비핀테크랩에서 육성됐거나 성장 중이다.
위비핀테크랩은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정부(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한 핀테크 특화 창업지원센터라는 점을 자랑한다.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영등포중앙금융센터 2층에 약 100평 규모로 마련, 입주 기업에 사무공간과 네트워킹 공간 등 각종 시설을 최대 1년간 무상으로 제공한다. 또 디지털 실무직원의 금융·IT 교육, 특허·법률 상담, 컨설팅, 벤처캐피탈(VC), 국내외 엑셀러레이터 멘토·후원, ‘데모데이(Demo-Day)’를 통한 IR 및 외부 투자 유치 등의 지원이 이뤄진다.
|
위비핀테크랩은 2016년 8월 도입부터 지난해 말까지 △누적 매출 약 16억7000억원 △투자 유치 115억2000만원(대외비 계약 건 제외) △중기부 등 정부지원 사업선정 41건(38억원 규모) △고용 증대 73명 △계약 체결 79건(MOU 포함) △당행(우리은행) 사업 도입 6건 등의 성과를 냈다.
대표적으로 2016년 4월에 설립해 그해 8월 위비핀테크랩 1기로 선발된 스타트업 ‘한국신용데이터’는 카카오(Kakao)와 독점계약을 통해 4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고 중소사업자 대상 간편 회계 서비스 ‘캐시노트’를 제공하고 있다. 또 정부시원 사업 선정 및 KT, KG이니시스, 신한카드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총 71억원(대외비 계약 건 제외, 카카오 포함)의 투자 유치를 이뤘다. 한국신용데이터는 현재 1만2000개가 넘는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월평균관리 매출 2조원, 누적관리 매출 10조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차량 직거래 플랫폼 ‘매너카’(1기)와 차량 워런티 서비스 앱 개발업체 ‘트라이월드홀딩스’(2기)는 우리은행과 제휴를 통해 ‘위비오토론’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금융 플랫폼 ‘에이젠글로벌’(1기)은 우리은행으로부터 10억원의 혁신성장지분투자와 해외 신탁사로부터 15만 달러(한화 약 1억7000만원)의 투자를 받는 성과를 내고 있다.
‘디벨로퍼랩’은 우리은행이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Amazon)과 함께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스타트업 개발 협업공간으로 다음 달 중 서울 여의도 우리은행 여의도한화금융센터 2층에 문을 연다. 이곳에서 사무공간 제공은 물론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Cloud) 공유 및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교육, 각 분야 전문가 멘토링, 국내외 투자유치 및 교류 지원 등이 모두 무상으로 이뤄진다.
황 상무는 “기존 기수제 선발을 통해 물리적 공간제공 위주로 지원하던 구태에서 벗어나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멤버십(회원) 라운지’ 형태로 운영하며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이 필요로 하는 클라우드 관련 서비스와 기술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올 상반기 중에 초대형 글로벌 IT사와 함께 이보다 훨씬 큰 규모와 역할로 ‘제2 디벨로퍼랩’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밀유지 조건 등으로 인해 해당 협업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세번째 목표로 다음 달 우리은행 모바일뱅킹 플랫폼 ‘위비뱅크’의 개편 및 새 출시를 통해 스타트업에 전면 개방한다. 스타트업들의 기술과 서비스를 고객층이 풍부한 위비뱅크에 태워 ‘디지털 접점’을 확대해준다는 취지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위비뱅크의 가입자 수는 231만명이다.
황 상무는 “핀테크 등 스타트업들이 고객들과 만나기도 전에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위비뱅크는 충분한 고객 층이 있고 기본적으로 계좌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앱스토어 진출 전 시장의 판단을 받을 수 있고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사수신·사행성 등 ‘불법만 아니면 누구나 환영’이라는 최소 전제 아래 생활금융과 접목할 수 있는 모든 스타트업에 우리은행의 플랫폼과 API를 무료로 전면 개방하는 것”이라며 “우리금융그룹과 접목한 제휴 서비스가 아닌 개별 자체 서비스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는 위비뱅크 고객들의 고품질 빅데이터를 공유하는 신개념 ‘핀테크 마켓플레이스’”라고 강조했다.
황 상무는 현장과 디지털을 넘나드는 ‘공간’의 개방·공유를 통해 은행 등 금융사가 새롭게 배우고 얻는 가치가 무한히 많을 것으로 본다. 그는 “새로운 시도로 당장 얻는 수익모델이 없다고 하더라도 기꺼이 돈을 내고 배우겠다는 겸허한 자세로 시장을 바라보고 스타트업들을 만나다 보면 새로운 금융환경을 리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