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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이 까다로운 육류나 과일을 냉동실에 보관하면 겉면에 얼음 결정이 생기는 ‘프리저 번(Freezer Burn)’이 발생할 수 있다. 식재료 내부의 수분이 겉으로 빠져 나와 냉각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냉장고 내 온도차이가 클 때 특히 자주 생긴다.
한식당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는 이 같은 현상을 막는 팁으로 ‘미세정온’ 기능을 꼽았다. 재료별 맞춤 온도로 보관할 경우 요리를 했을 때 맛과 식감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얘기다.
강 셰프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만지면 쉽게 물러지는 육류나 해산물은 -1℃ 정도에 보관하는 게 좋다”면서 “이때 스테인리스 재질의 팬에 담아 숙성하면 온도 유지도 잘 되고, 오븐에 조리할 때 재료를 옮겨 담을 필요가 없어 무르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이 갖고 있는 질감과 영양소를 처음 냉장고에 넣을 때의 상태 그대로 보관하기 위해서는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도 고려해야 한다.
임경숙 수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냉장고에 식품을 보관하면 점차 수분이 빠지면서 맛과 영양분을 빼앗아 가는데, 냉장고 내 온도 편차가 작아야 비타민, 항산화 영양소 등을 처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서 “습도와 온도 관리가 쉬운 냉장고를 사용하는 게 여러모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식단의 시작은 신선한 식재료 보관에서 시작된다고 입을 모았다. 임경숙 교수는 식품의 특징에 따른 ‘분리보관’을 추천했다. 조리가 필요한 식재료와 완제품, 생으로 섭취 가능한 식재료 등으로 나눠 보관하면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냉장고를 구역별로 나누어 사용하면 주부 이외의 가족 구성원도 원하는 식품을 언제든지 쉽게 찾을 수 있어 편리하다”면서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먹는 샐러드, 과일, 채소 등은 미리 손질해 1인 또는 1회 섭취량씩 소분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채소는 신선함이 생명인 만큼 보관도 까다롭다. 많은 가정에서 랩으로 싸고 통에 넣어 보관하는 방법을 택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수분이 빠진다. 강민구 셰프는 “내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밀폐가 잘 되는 환경에 보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지혜 씨는 “허브는 찬물에 담가 보관하거나 키친타올로 감싼 후 밀봉하여 보관하면 꽤 길게 사용할 수 있는데, 각종 허브와 다양한 치즈를 별도의 냉장고 수납공간에 보관해서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면 좋다. 아스파라거스나 대파 같은 긴 채소로 스타일링을 하려면 접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고 추천했다.
김지혜 씨는 음식 조리 과정의 ‘동선’을 고려한 효율적인 보관법도 전했다. 김 씨는 “육류나 허브는 냉장고 안쪽 서랍에 넣어 공기가 잘 닿지 않도록 보관하고, 수시로 꺼내 써야 하는 재료는 손이 닿기 쉬운 쇼케이스에 넣어요. 남은 식재료는 급속 냉동을 해서 풍미와 질감을 최대한 보존하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