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은 공연 중간 박수를 쳐도 될까? 안무가의 대답은

장병호 기자I 2017.10.04 06:00:00

13일 ''맨투맨'' 개막하는 국립현대무용단
사전 이벤트로 ''안무가와의 만남'' 진행
무용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들 쏟아져
안무가 박순호 "밀도 있는 질문 좋은 경험 돼"

안무가 박순호의 신작 ‘경인’의 연습 장면(사진=국립현대무용단, Aiden Hwang).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무용은 공연 중간에 박수를 쳐도 되나요?”

지난달 27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연습동 N스튜디오. 관객에게서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은 안무가 박순호는 웃으며 말했다.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보네요. 공연을 볼 동안 조용히 마음을 모아 커튼콜에 뜨겁게 박수를 쳐주시면 감사하죠.”

국립현대무용단은 공연 전 관객과 안무가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그 일환으로 준비한 ‘안무가와의 만남’이었다. 오는 13일 개막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픽업스테이지 세 번째 작품 ‘맨투맨’에 참여한 박 안무가가 작품 일부를 선보이고 관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안무가 박순호(사진=국립현대무용단, Aiden Hwang).
행사에 참석한 관객들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10분 분량의 짧은 시연을 보고 느낀 점을 털어놓으며 안무가의 의도를 제대로 해석한 것인지 궁금해 했다. 어른이 봐도 이해하기 힘든 무용을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이도 있었다.

무용수에게도 질문이 이어졌다. 출연 무용수 세 명 중 막내인 류지수는 작품 속에서 다른 무용수 밑에 깔리는 장면이 어렵지 않은지를 질문받았다. 그는 “물리적으로 무게가 많이 나가서 그렇다”며 웃었다. 박 안무가는 “무용을 시작한 이후 이렇게까지 작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 적은 처음”이라면서 “밀도 있는 질문과 조언에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무용에 대한 관객 이해를 돕기 위해 매 공연 전 이와 같은 사전 이벤트를 진행한다. 국립현대무용단 관계자는 “이런 자리를 통해 무용이 보다 대중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공연마다 행사를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맨투맨’은 국립현대무용단이 외부 안무자를 초청해 선보이는 ‘픽업스테이지’의 세 번째 무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욕망을 다룬 박 안무가의 신작 ‘경인’(京人), 동화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미국 출신 안무가 조슈아 퓨의 신작 ‘빅 배드 울프’를 함께 선보인다. 두 남성 안무가가 보여주는 강인함과 섬세함을 한 자리에 비교할 수 있는 기회로 ‘맨투맨’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박 안무가는 브레시트 댄스 컴퍼니 디렉터로 현대무용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경인’을 “사람의 가치마저 돈으로 매기면서 공허함을 갖게 만드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작품”이라며 “과잉된 욕망이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만든다는 것을 무언가를 쌓고 무너지는 몸짓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조슈아 퓨는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의 창단멤버이자 예술감독이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해 한국에서 지내기도 했다. ‘빅 배드 울프’는 독일 동화 ‘엄지손가락을 빠는 아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는 “한국의 망태할아버지처럼 어린이들이 느끼는 두려운 존재에 대한 작품”이라면서 “우리가 어린이들에게 하는 이야기와 어릴 때 들은 이야기가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질문을 안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맨투맨’은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티켓 가격 R석 3만원, S석 2만원. 예술의전당 싹(SAC)티켓,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안무가 박순호의 신작 ‘경인’의 연습 장면(사진=국립현대무용단, Aiden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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