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폴리텍대학의 이우영 이사장이 꼽은 ‘내인생의 책’은 정조의 ‘치세어록’이다. 독서를 즐기는 그는 수많은 명저들을 탐독했지만 폴리텍대 이사장으로서 정조의 ‘통치 수사학’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올해 폴리텍 출범 10주년을 맞아 ‘평생 직업능력 개발 리더, K폴리텍’이란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학과개편과 교원 재정비 등 대대적인 조직 구조조정에 들어간 때문이다.
“정조는 세종대왕에 비견될 만큼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혹자들은 정조가 조금만 더 오래 살았다면 조선 후기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탕평책을 추진해 정치에 소외된 남인이나 벽파의 세력까지 끌어안아 정치적으로 통합했고, 규장각을 설치해 인재를 육성하는 등 수 많은 업적을 남겼죠. 정조의 업적 뒤에는 신하들과 소통하고, 숱한 글과 말로 갈등을 극복하고 다독이면서 국정을 수행해 나갔던 노력이 있었습니다.”
정조는 후대에 많을 글을 남긴 통치자이자 학자다. 세손 시절부터 쓰던 일기를 쓰던 습관은 왕이 된 이후에도 이어졌다. 신하들과 끊임없이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고 공부했다.
이 이사장은 “백성을 나라의 근본이라고 여기고 더 많은 소통을 위해 노력해 태평성대를 일군 바른 신념의 왕이 정조”라며 “정조의 생생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치세어록은 리더의 가치관과 도덕성이 한 시대를 변화시키는 영향력이 된다는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치세어록에는 정조의 글만 실려 있는 게 아니다. 한문학 대가인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의 해설이 행간까지 꼼꼼히 짚어준다. 안 교수는 이 이사장의 40년 지기다.
그는 “정조시대 한 축을 이뤘던 북학파의 ‘이용후생(利用厚生)’ 정신, 백성들의 일상적인 생활에 이롭게 쓰이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야말로 학문의 본질로 여겼던 점도 폴리텍의 지향점과 맞아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