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삼성전자가 움직이고 있다. 지난 수년간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됐다며 전고점도 싸다고 외쳤지만 꿈쩍도 않던 주가였다. 하지만 최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가 예상되면서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19일 삼성전자(005930)의 주가는 이달에만 6% 이상 오르며 144만8000원을 기록, 전고점인 150만원대 턱밑까지 올라왔다.
주가 상승의 동력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6거래일 연속 순매수 랠리를 이어가며 삼성전자의 주식을 4466억8700만원 가량 사들였다.
삼성그룹이 삼성SDS의 연내 상장을 발표한데 이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악화로 지배구조 개편 모멘텀이 수면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변화의 중심에 있는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은 물론이고, 호텔신라, 제일기획 등 삼성그룹주 전체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으로 인한 오너 리스크보다는 향후 후계 구도가 가속화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될 거라는 기대감이 더 큰 탓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주주친화정책과 지주사 전환 모멘텀에 주목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분할이 현실화된다면 배당 증가로 인한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재평가라는 시나리오도 가능해진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변화 이벤트가 삼성전자의 디스카운트 해소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판단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이끄는 코스피의 상승도 예측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17.45%로 전체 종목 가운데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낮은 배당수익률이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
이번 이벤트로 삼성전자의 낮은 배당성향이 개선된다면 다른 기업들에게도 촉매제가 될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창고에 쌓아뒀던 현금을 주주 배당으로 환원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란 이야기다. 성장성과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에 관심을 가져보는 전략도 고려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