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부 브리핑)"싸다"며 달려드는 이가 없다

양미영 기자I 2008.04.23 08:19:40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1800선을 내줬지만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없다. 어차피 4일을 올랐으니 쉬어갈 때도 됐다.

애초에 1800선 안착을 앞두고 가졌었던 시장의 고민은 틀리지 않았다. 외부변수를 이겨낼 만큼 상승 시도가 적극적이지도 않다. 주변 상황을 주시하면서 가능한 안전하게 오르는 것이 시장으로서도 최선의 방책이다.

밸류에이션 부담을 반영한 듯 1800선을 이끌고 갈 주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경우 최근 상승장에서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미국 시장이 일단 올라줘야 반응했다. 외국인 매매 동향상 한국 증시에 적극적으로 들어올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도 시장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개인도 한동안 외국인 매물을 받아줬지만 지수가 오르자 이내 차익실현에 치중한다. 기관도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유동성 랠리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이 예전의 강도까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자금 유입과 지수 상승이 반복되면서 선순환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먼저 군불을 꾸준히 떼는 작업이 필요하고, 주변의 바람도 더 잦아들어야 한다.

전날 공교롭게 개인과 기관, 외국인 투자주체 모두 순매수도 규모가 400억원 미만에 그쳤다. 거꾸로 보면 조정장에서 적극적으로 파는 주체 역시 없었다는 것이 위안이 될 수 있지만 주도세력 공백은 지속되고 있다.

밤사이 미국 증시는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유나이티드헬스, 코치 등의 실적 부진 소식으로 장초반부터 하락했다.

특히 평소에 무덤덤했던 국제 유가 급등도 이날은 악재로 작용했다. 원유값은 어느새 120달러에 육박하면서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 영향이 최근 증시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야금야금 오르고 있으니 이 역시 한번 쯤 집고 넘어갈 일이다.

중국 증시 흐름과 함께 상품가격과 맞물린 인플레이션 우려는 시장이 항상 경계해야할 요소기 때문이다. 유독 23일 아침 유가와 증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이 눈에 띄는 이유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 우려감을 높이며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다만, 달러 약세가 주요 요인중에 하나인 만큼 G7에서의 달러약세 저지 공조와 금리인하 사이클 종결 가능성으로 추가적인 유가상승 모멘텀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향후 인플레 우려로 경제상황이 흐트러진다면 단기적으로 주식비중 축소 전략도 고려대상"이라며 "다만, 금리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주식 보유가 옳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상품가격 문제 자체는 금리인하 마감 시그널이나 경기침체 장기화 등의 재료로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봤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4월말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기조가 상반기 마무리단계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유가도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생산자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되면 소비자물가와의 갭도 축소될 수 있는 만큼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려에 대한 강도가 크게 높지 않지만 1800선 재도전을 앞둔 상황에서 다시한번 곱씹어볼 재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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