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은재기자] 한화증권은 15일 단기적으로는 시장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증권은 "한국은행 총재 입에서 하반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명확한 어조로 표현된 이상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의 마무리, 또는 인상의 지연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 시중금리 변동 범위는 소폭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익실현 매도보다 지연된 매수가 더 급해진 상황"이라며 "단기금리 때문에 급한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시중금리의 박스권은 소폭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통위원들이 금리 정상화를 지지하는 논리들을 계속 외면할 것"이라며 "6월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도 이 같은 생각을 부분적으로나마 가격에 반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한화증권의 주간채권시장 전망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금리 인상 당위론 vs. 금통위 결정
금리 인상 당위론과 금통위의 실제 결정에 있어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시장 입장에서 보면 당위론은 의미가 없거나 의미가 있어 봐야 나중 일이고, 당연히 시장참가자들은 금통위의 실제 결정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시중금리는 아주 단단했던 기존의 박스권 하단을 뚫고 5bp 정도 아래로 내려왔다.
금통위가 정책금리를 동결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환율인 듯 하다. 유가 상승에 대한 우
감도 밝혔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정책금리 인상을 결정하지
못한 주된 이유로 판단된다. 하지만, 장기적인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자신감과 금리동결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해 내세운 하반기 경제에 대한 비관론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은 총재의 모습에서, 이번 정책금리 결정에 있어 외부적인 영향 또는 금통위의 보수성이 또 하나의 큰 이유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하간 이러한 모습이 나타남으로써 통화정책의 신뢰성에는 다소간 금이 갔다. 금리 인상사이클에서 신뢰성에 금이 갔다는 얘기는 투자자 입장에서 채권 매도의 부담이 커졌고, 단기 트레이딩 입장에서 매수/매도 전략의 시간을 벌었음을 의미하므로, 금통위 이후 금리 변동 범위가 내려온 것이나 추가적인 금리 하락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타당하다. 통화정책방향 상에 분명히 나타난 한국은행 집행부의 금리 인상 논리에 대해서도 시장은 잠시 동안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될 것이고, 실제로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정책금리, 정말 안 올려도 되나?
정말 정책금리 올려야 하나? 실제로 이러한 질문들도 가능하다. 통화가치가 상승하고 유가가 올랐을 때는 금통위의 결정처럼 조금 시간을 두고 상황을 살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반기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재경부 표현대로라면) 통화 정책상 긴축이 필요한가? 코어 소비자물가증가율이 목표 범위의 하단에도 못 미치는데 금리를 올려야 할까? 부동산 때문에 금리를 올리더라도, 부동산을 잡기 위한 정부의 정책 효과를 기다려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요컨데 혹시 한국은행 집행부나 우리처럼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서로 다른 답이 제시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하반기 경기(국내외를 막론하고)에 대한 전망의 차이로 본다. 즉, 하반기 국내외 경기 사이클이 완연한 수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는 쪽에서는 설사 정책금리가 낮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를정상화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고,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의 확장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쪽에서는 낮은 정책금리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정책금리 결정이라는 이슈에 모두 녹아 있어서 그렇지, 지금 현재 시중금리의 향방을 둘러싼 시각 차이 역시 경기 확장 기조에 대한 판단 차이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경기 확장 사이클이 유지된다는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금리 수준이 낮다는 것은 분명하다. 경기 확장 사이클이 이어진다는 전망 자체에 유가나 환율의 부정적 움직임이 경기 사이클의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는 전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저금리 기조 하에서는 국내 경제의 불균형이 계속 누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안정된 코어 소비자물가를 볼 때 정책금리를 인상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지만,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는 낮은 인플레이션 환경 하에서의 통화정책 이슈를 감안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논의에서 하나의 포인트는 전주 이슈 분석에서 언급한 White의 논문(White, 2006, ‘Is Price Stability Enough?’)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가 급등이라는 통제할 수 없는 negative supply side shock 때문에 발생하는 물가 상승에 대한 긴축이 과다한 경기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연구결과(Bernanke, Gertler, and Watson. 1997. ‘Systematic MonetaryPolicy and the Effects of Oil Price Shocks.’) 를 받아들인다면, 중국이나 인도의 등장(또는 세계화)으로 인한 positive supply side shock 때문에 발생하는 저물가에 대한 중앙은행의 통화 팽창기조 유지는 반대로 자원 배분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이 안정된 물가만을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고집한다면 신용의 급격한 증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때만 통제될 가능성이 큰데, 그 과정에서 신용에 의한 자산 가격 상승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로 이루어지고 그 다음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결과는 급격한 경제의 둔화나, 또는 추가적인 신용 창출을 통한 불균형의 누적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5월 통화정책방향에 나타난 금융기관 여신의 큰 폭 증대와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 상승이라는 조합이 의미하는 자원 배분의 왜곡이 통화당국이 궁극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게 되는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라 본다.
국내 저금리 부작용 경험 중 게다가 한국은행이 통화 강세를 이유로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간다는 것은 미국의 과다팽창정책으로부터 시작된 자원배분 왜곡을 또 다른 자원배분 왜곡으로 대응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04년과 2005년을 통해 우리는 극도의 침체 하에서도 저금리가 부동산가격 급등만을 부추긴 경험을 갖고 있다. 소비와 투자의 금리 탄력성은 낮지만, 자산가격의 금리 탄력성은 높았던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부동산 가격 상승이 소득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취약하고, 오히려 저축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다. 통화 강세가 초래하는 기업 부담 증가만을 생각하기에는 자원배분 왜곡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불균형의 누적에 관심 정책금리를 가급적 빨리 정상화하지 않고 천천히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 역시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한두달의 시차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불균형의 누적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나타나는 불균형은 금리를 정상화하지 않는 한 계속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 끊임없는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은 총재 입에서 하반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명확한 어조로 표현된 이상 정책 금리 인상 사이클의 마무리, 또는 인상의 지연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상 이익실현 매도보다 지연된 매수가 더 급해졌을 것이다. 그래서 단기금리 때문에 급한 하락은 어려울 테지만, 시중금리의 박스권은 소폭 내려갈 것으로 본다. 하지만,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은 아직 높은 편이고, 6월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도 이 같은 생각을 부분적으로나마 가격에 반영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