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리뷰
국악 임영호의 ‘연희물리학 ver.1 원’
탈춤 등 몸짓 흑백영상처럼 표현
줄타기 통해 폭발적으로 발현
적당한 긴장과 희열 안겨준 무대
[한덕택 전통문화기획자] 흔히 국악이라 부르는 전통예술은 오랜 기간 가무악(歌舞樂)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향유되었기에 전문성이나 향유계층이 다르다는 이유로 연희(演戱)라는 장르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다루었다. 그러나 1970년대 대학가의 탈춤 열풍과 1980년대를 전후해 사물놀이가 등장하며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에는 대학에 연희 전공이 개설돼 민속학의 일부가 아닌 예술적 연구 대상으로 자리매김한다. 기량이 뛰어난 연희 전공자를 배출하며 예술적 가치와 함께 대중적 관심을 받게 되니 2000년대에 들어서는 다양한 단체와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하며 전환기를 맞이했다.
 | | 사진=‘연희물리학 ver.1 원’(사진=연희컴퍼니 유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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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물리학 ver.1 원’(2월 14~16일, 구리아트홀)은 연희집단과 공동체에 주목하다 보니 그 연행에 대한 합리적이고 치밀한 원리를 탐구하거나 이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공연이 드문 현실에서 많은 시사점을 제시했다. 이 공연을 기획·연출한 임영호는 어린 시절부터 30여 년을 연희를 배우고 연행한 예술가이자 연희컴퍼니 ‘유희’의 대표이다. 또 ‘유희스카’라는 신박한 콜라보밴드를 기획했으며, 연희축제와 무형유산원 기획공연의 연출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탄탄한 전통의 기반을 바탕으로 전승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험정신으로 작품에 서사를 더하며 극적 완성도를 높이는 연출로 주목받고 있다.
연행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몸짓에 주목한 임영호는 즉흥적 신명에 의해 순간적으로 발현하는 행위가 아닌, 우리의 몸이 반응하는 과정을 해체 분석해 물리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며 연희의 가장 기본적인 몸짓이 발생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다소 낯선 작업이며 추상적일 수 있는 공연이었지만 음악은 단순화하고 미니멀하게 꾸며진 무대에서 연희자와 춤꾼들의 몸짓으로 신체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예술적 행위와 결과물을 흑백영화의 느린 영상처럼 표현했다.
그림이 점과 선을 연결해 입체적인 면을 만들어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음악이 자연의 소리를 수학적인 높고 낮음으로 구조화해 선율과 가락을 만들 듯 연희의 몸짓은 호흡과 관절의 움직임이 직선운동에서 곡선운동으로 변환하며 다양한 내면의 감정과 기예를 보여준다는데서 차별화된 예술적 특징을 보여준다.
다섯 마당으로 구성한 공연에서 농악, 탈춤, 줄타기와 상모돌리기를 해체한 가장 기본적인 몸짓들을 통해 연희가 연행되는 과정을 재연하며 천천히 분위기를 끌어올리다 남창동의 줄타기를 통해 에너지의 물리적 변환이 고도의 기량을 갖춘 폭발적인 몸짓으로 발현되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은 적당한 긴장감과 희열을 준다. 적절하게 배치된 임용주의 음악과 양한비의 안무도 절제돼 공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임영호는 이번 공연을 버전(ver.) 1이라고 부르며 다음 시즌에서는 서사를 보완하고 연희의 다양한 예술적 기량을 보강해 새로운 작품으로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다짐처럼 실험정신으로 출발한 작품을 통해 우리 전통예술이 더욱 다양해지며 예술적 완성도를 갖춰 동시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 | 사진=한덕택 전통문화기획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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