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선박·컴퓨터·바이오 ‘선전’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11월 수출액이 563억 5000만달러(약 78조 7000억원·통관기준 잠정)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이후 14개월 연속 전년대비 증가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 2022년 6836억달러로 연간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으나 그해 하반기 시작된 약 1년여의 반도체 경기둔화 여파로 부진하다가 그해 말 반등해 현재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으로도 재작년의 역대최대 수출 실적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1~11월 누적 수출액은 전년대비 8.3% 늘어난 6222억달러로 이미 부진했던 지난해 수출액(6322억달러)에 육박했고, 현 추세를 이어간다면 재작년 실적(6836억달러)도 살짝 웃돌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5일 올해 연간 수출액을 6855억달러로 전망했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무역수지도 18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11월 한 달 새 56억달러의 흑자를 적립하며 연간 누적 흑자액이 452억달러로 불어났다. 11월 수입액은 507억달러로 전년대비 2.4% 줄었다. 원유, 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 하향 안정 흐름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연간 수입액도 전년대비 2.1% 줄어든 5770억달러다. 이대로면 2022년 에너지 위기가 불거진 이후 3년 만에 연간 무역수지도 흑자 전환한다.
◇트럼프 불확실성 속 증가 흐름은 꺾여
그러나 수출 증가율은 4개월째 줄며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다. 수출 증가 흐름이 꺾이는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방증이다.
특히 앞선 2년간 반도체와 1위 경쟁을 벌인 2대 수출품목 자동차 수출 둔화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에도 전년대비 13.6% 줄어든 56억달러 수출에 그쳤다. 팬데믹 이후의 대기 수요 호재가 사라진 가운데, 월초 현대차·기아 부품 공급사 현대트랜시스의 파업으로 완성차 생산에 일부 차질을 빚었다. 또 월말엔 기상악화로 수출 차량 선적이 지연되기도 했다. 석유제품(38억달러·18.7%↓)과 석유화학(36억달러·5.6%↓)도 국제유가 하향 안정 흐름 속 수출 부진 흐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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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전문가는 내년 1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과 함께 앞서 예고한 대로 전 세계를 상대로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추진한다면, 우리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도 내년 수출액을 올해보다 2.2% 늘어난 7002억달러로 전망했으나 트럼프 변수가 수출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과 함께 앞서 예고한 관세 부과 정책을 바로 추진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트럼프 취임 전까진 일시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에 따른 우리의 대중국 중간재 수입이 늘어날 수 있으나 관세 인상 후에는 우리 수출이 확 꺾였다가 추후 반등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도 이 같은 수출산업계 불안을 고려해 월초부터 수출 현장을 점검하고 주요국 상무관 및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해외무역관과 함께 맞춤형 기업 지원 전략을 추진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기상 악화 등 예상치 못한 부정적 요인에도 주력 품목 호조에 힘입어 14개월 연속 수출 증가와 18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우리 기업의 수출 불확실성은 줄이고 기회요인을 살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