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는 상속세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하지만 대주주의 경우 상속평가액에 20%의 가산세를 물리고 있어 실질적인 상속세율은 최고 60%로 OECD 회원국 1위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2022년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가업승계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막대한 조세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중한 상속세는 기업투자와 개인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을 제약한다. 주목할 점은 가족기업의 혁신까지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대기업처럼 가족기업도 혁신이 필수적이다. 일각에선 가족기업은 창업자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 때문에 혁신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가족기업이라고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일반 기업에 비해 장기 투자에 대한 오너의 결단 가능성이 높아 혁신에 더욱 적극적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다만 가업 상속세 부담이 커질 경우 해당 기업의 혁신은 뒷걸음칠 가능성이 높다.
가업 상속세와 혁신과의 관계를 파이터치 연구원이 처음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예상대로 가업상속세를 인하하면 혁신기업이 늘고 총혁신투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업상속세 부담이 줄면 자본 한 단위를 자식에게 더 물려줌으로써 얻는 한계효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비혁신기업은 자본을 더 늘릴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생산량과 이윤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비혁신기업의 이윤이 늘면 혁신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고 경제 전체적으로도 혁신기업수는 늘어나 총혁신투자도 증가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그나마 매출액 5000억원 미만 기업은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현행 가업상속공제제도는 혁신기업과 총혁신투자를 늘릴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문제는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으면 후계자의 업종 변경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을 경우 한국표준산업분류의 중분류 간 업종변경을 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서 업종변경 제한을 한국표준산업분류의 ‘중분류 간’에서 ‘대분류 간’으로 다소 완화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예컨대 호텔을 물려받은 후계자가 이 규정대로라면 혁신의 근간인 IT회사를 할 수 없다. 이런 규제로 인해 가업상속세 인하의 긍정적 효과는 반감된다.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후계자가 업종을 변경할 수 없다는 규정은 시대착오적이다.
한국경제가 저성장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이런 혁신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혁파하는 일이다. 가업상속공제와 관련된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해 혁신기업을 늘리고 혁신투자를 증진시키는 길을 정부가 심도 있게 고민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