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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지 주가조작…“11개월간 100여개 계좌 동원”

최훈길 기자I 2023.10.22 10:08:14

작년 11월부터 주가 12배 띄우다 하한가 직행
금감원·거래소 8월 포착, 금융위 9월 긴급조치
100여개 계좌로 숨겼지만 전방위 조사에 덜미
‘4943억 미수금’ 키움증권, 리스크 관리 도마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영풍제지(006740) 주가조작에는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100여개 이상의 혐의 계좌가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법으로 11개월간 주가를 12배 이상 끌어올린 뒤 하루 만에 하한가로 직행한 것이다. 범죄 계좌 상당수가 개설된 키움증권(039490)이 미수금 직격탄을 맞으면서 리스크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영풍제지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윤모 씨와 이모 씨가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22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모 씨와 이모 씨 등 피의자들은 100여개에 달하는 다수의 계좌를 동원해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 혐의 계좌 중 상당수는 키움증권(039490)에 개설했다. 이후 호재가 없는데도 주가는 매일 서서히 오르며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약 11개월간 12배 이상 상승했다.

거래소는 이같은 이상 호가가 의심돼 올해 두 차례 영풍제지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금감원·거래소는 지난 4월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계기로 이상거래 모니터링 대상·기간을 선제적으로 확대했다. 이에 금감원·거래소는 지난 8월 영풍제지 주식 시세조종 정황을 포착,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조사 착수 후 한 달여간 영풍제지 관련 약 1년간의 매매데이터를 분석했다. 이후 혐의계좌 등을 거쳐 간 자금 원천을 추적했다. 금융위원회·금감원은 강제수사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달에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패스트트랙(긴급조치) 결정을 통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이첩했다.

남부지검은 수사에 즉각 돌입해 지난 17일 피의자 4명을 체포했다.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잇따라 매물이 나왔고, 지난 18일 영풍제지와 대양금속(009190)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에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등 관계기관은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해당 종목들을 19일부터 거래정지했다.

키움증권 계좌가 주가조작에 악용되면서 키움증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영풍제지 종목에 대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이날까지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장 마감 뒤 공시했다. 미수금은 올해 키움증권의 상반기 영업이익(5697억원)의 87%에 달하는 수준이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주가조작·하한가 사태가 터진 지난 18일까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거래가 정지된 19일에서야 100%로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006800),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이 연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을 100%로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이 주가조작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라며 “고객의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가조작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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