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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을 변경하거나 유턴하는 다른 차량에 수차례 부딪힐 수 있을까. 국내 A보험사가 보험사기징후 분석시스템 IFDS(Insurance Fraud Detection System)과 현장 직원들을 활용해 사고 다발자 위주로 조사대상을 추출한 결과, 1년간 B지역에서 사고를 많이 낸 고위험자 30위 중 15위, 28위를 제외한 28명의 직업은 하나로 모아졌다. 바로 ‘퀵서비스맨’.
또 이상한 점은 사고 발생자 연령이 사회초년생인 10~20대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실제 A보험사가 B지역 사고 다발자들을 분석한 이유는 당시 10, 20대 사회초년생들의 배달용 이륜차 고의사고가 급증해서다.
해당 지역 고의사고 건수는 2017년 282건을 기록한 뒤 △2018년 415건 △2019년 511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B지역의 2019년 전체 보험사기 적발인원은 722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그중 10, 20대는 285명에 달했다. 보험사기범 10명 중 4명 가량이 1020세대였던 것이다.
◇ 사고 동영상 보니…고의로 부딪히고 쓰러지고
조직적인 보험사기를 의심하게 된 A보험사는 사고 동영상을 일일이 분석했다. 당시 동영상에는 첫 아르바이트로 ‘퀵서비스’를 선택한 사회초년생 C씨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배달이 없는 시간대엔 ‘투잡’을 뛰었다. 음식 주문량이 몰리는 점심·저녁엔 배달을 하고, 새벽이나 오전 시간대엔 다른 퀵서비스 배들원들과 팀을 이뤄 ‘다른 일’을 했다.
C씨의 세컨드잡(두번째 직업)은 보험사기꾼이었다.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전방 차량에 양보를 하는 차량이 있는지, 비보호 우회전 코스로 돌아오는 차량이 있는지 등을 확인했고, 그런 차량을 발견하면 고의로 사고를 냈다. 아니면 아예 지인을 피해자로 둔갑시켜 고의 사고를 내기도 했다.
보험사기 흔적은 관련자 소셜미디어(SNS)에도 남아 있었다. SNS상에 자동차 고의사고 공모자 모집글과 공모자와의 메시지까지 찾은 A보험사는 2019년 6월 B지역 경찰서 지능팀에 수사의뢰를 했다.
수면 아래 있던 퀵서비스 보험사기단이 밝혀진 순간이다. 경찰과 보험사가 공조해 확인한 결과, 2019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B지역 전역에서 적발된 인원만 350명, 적발 금액은 15억원에 달했다. 이중 13명은 구속을 면치 못했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