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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갑질’ 브로드컴, 내달 6일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

조용석 기자I 2023.08.13 10:13:00

내달 6일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 예정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부품 장기계약 강요 혐의
거래상 지위 남용 및 계약 불공정성 등 판단
삼성전자, 동의의결 반대…“4000억원대 피해”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부품 장기계약을 강제한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의 제재를 다음달 결정한다. 브로드컴은 앞서 제시한 동의의결안이 삼성전자의 반대로 기각되면서 결국 공정위 제재를 받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달 6일 전원회의를 열고 브로드컴의 거래상 지위 남용 사건을 심의한다.

브로드컴은 신규 구매 주문 승인 중단, 기존 발주 물량 선적 및 기술지원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이용, 삼성전자에 와이파이·블루투스 등 스마트폰 부품 구매 장기계약(LTA)을 맺도록 강제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2020년 3월 체결된 이 계약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3년간 브로드컴의 부품을 매년 7억6000만달러 이상 구매해야 하고, 실 구매금액이 미달하면 차액을 브로드컴에 배상해야 했다.

공정위는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이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갖고 있었는지, 삼성전자를 압박해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는지 등을 고려해 제재를 결정한 전망이다.

브로드컴은 혐의를 부인하며 공정위 심사관(검사격)과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브로드컴 측은 지난 6월 동의의결안 인용 여부를 심의하는 전원회의에서 자신들은 삼성의 위탁을 받아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으로서 오히려 ‘을’의 지위에 있었다는 논리를 폈다. 삼성전자와의 계약은 상호 이익을 위해 선도적 사업자끼리 맺은 계약이었다는 주장이다.

브로드컴 측은 “삼성전자는 최소 구매 약정에 대한 반대급부로 원하는 모든 조건을 얻어냈다”며 “갤럭시 S20, S21 판매량이 내부 목표에 못 미치자 판매 예측 실패와 판매 부진의 책임을 브로드컴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 심사관은 브로드컴이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해 삼성전자에 불리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측도 지난 6월 전원회의에서 스마트폰 생산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삼성전자 대리인은 “브로드컴의 중대한 공급망 교란 행위”라며 “외국 회사가 원료·부품 공급을 볼모 삼아 국내 기업 경영을 방해하고 경쟁을 위협할 수 없도록 명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이 인정되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별개로 삼성전자가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브로드컴이 강요한 장기계약으로 3억2630만달러(약 4337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타사보다 비싼 브로드컴 부품을 구매한 추가비용 및 과잉재고에 따른 손해액이다.

공정위는 2020년 브로드컴의 경쟁사인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신고로 이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다음달 전원회의에도 삼성전자와 퀄컴 관계자가 참고인으로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브로드컴은 이번 사건을 제재가 아닌 동의의결로 종료하려 했으나 삼성전자의 반대로 기각됐다. 동의의결이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은 2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상생기금 조성을 제안했으나, 삼성전자는 피해구제가 미흡하다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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