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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심사위원회는 23일 밤 10시(한국시간 24일 오전 6시) 영국 런던 스카이 가든에서 시상식을 열고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불가리아 작가 겸 시인인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55)의 ‘타임 셸터’(Time Shelter)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작품을 영어로 옮긴 번역가 안젤라 로델도 공동 수상했다. 부커상 최초로 불가리아어로 쓰여진 작품이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작품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유망한 치료법을 제공하는 한 클리닉을 둘러싼 이야기다.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과거 10년을 세세하게 재현해낸다. 이날 시상식에서 고스포디노프 작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한 삶은 이어지고, 그것이 문학의 기적”라며 수상의 기쁨을 전했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에 대해 “국가 정체성과 기억과 향수의 유혹적인 위험에 관한 창의적이고 파괴적이며 병적으로 유머러스한 소설”이라고 평했고, 레일라 슬리마니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심사위원장은 “우리의 기억이 사라질 때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고 소개했다.
1968년에 태어난 소설가이자 시인인 고스포디노프는 유명한 현대 불가리아 작가다. 데뷔작인 ‘내추럴 노벨’(1999)은 23개 언어로, 수상작 ‘타임 쉘터’(2020)는 25개 언어로 번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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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발표 후 천 작가는 “나온 지 거의 20년 된 ‘고래’로 갑자기 여기까지 왔다”며 “올해의 재밌는 이벤트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큰 기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 소설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굉장히 한국적이고, 옛날 얘기이기도 한데 그렇지만 그 안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들과 감정들, 그러니까 보편성이 있어서 외국인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며 “외국 독자들이 이 소설의 특성을 한국 독자들과 비슷하게 느끼는 것이 재밌었다. 세상에 좋은 독자들이 많구나, 이런 것에 좀 위안이 됐다”고 했다.
한국 작품이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네 번째다.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최종심에 올라 부커상 전신인 맨부커 국제부문상을 받았고, 한강의 ‘흰‘(2018년), 정보라의 ‘저주토끼’(2022년)는 최종 후보에 올랐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2005년 신설된 이 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의 영어 번역 문학작품에 수여한다. 부커상과는 별도로 시상하며 작가와 번역가에게 함께 상을 준다. 상금은 5만 파운드로, 작가와 번역가가 절반씩 나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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