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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이중 삼중으로 차를 세워야 하는 주차난이다. 건설 초기 주차면 규격이 2.3m에서 2.1m(현행 2.5m)로 줄어든 영향이다. 세대당 주차대수가 0.55대로 연간 차량 등록대수 100만대를 앞둔 시기에 맞지 않는 조치였다. 지하주차장을 만들면 건축기간이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9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주택 공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 이유였다. 이런 결정의 결과로 해당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저녁 회식자리에서 술을 한잔하고 귀가하면 대리기사가 주차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차와 함께 버려짐을 당하기 일쑤다. 당시의 결정이 현재를 사는 국민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는 표준 설계도를 기반으로 한 것처럼 거의 대부분의 아파트가 2베이로 구성돼 리모델링하기 어려운 구조로 건축돼있다는 점이다. 2베이 구조는 리모델링을 통해 확장할 경우 아파트 구조를 길쭉하게 만들어 공간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리모델링이라는 좋은 건축 기술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이런 아파트들이 지닌 문제의 해법은 재건축이다.
하지만 재건축을 추진하는데도 큰 걸림돌이 있다. 바로 안전진단이 그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야만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공동주택인 아파트가 슬럼화되지 않는다면 재건축의 안전진단을 통과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볼 수 있다.
이제 공동주택 재건축의 기준이 안전진단이 아니라 생활진단으로 바뀌어야 한다. 생활진단은 공동주택의 주거환경과 관련해 만성적인 주차난과 소방활동, 층간소음, 일조권과 사생활 침해 등 공동주택에 살면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진단을 의미한다.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기존 재건축 잣대인 안전진단이 아닌 생활진단을 통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건축 시행 방식도 아파트의 준공연수와 구조안전진단 등급 등을 고려해 권역별로 매년 실행되는 규모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역할이다. 예측하지도 못하는 시장을 통제하려하는 우매함에서 벗어나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본연의 역할을 하고 판단은 국민에게 맡기는 것이다. 구시대 패러다임으로 현재의 부동산 시장과 국민의 요구를 바라보는 정책적인 오류를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