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이뤄진 사회구조적 변화와 이에 따른 위기감이 ‘생존을 위한 변화’를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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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직구를 하면 수령까지 며칠을 기다려야 하지만 11번가가 아마존의 주요 상품을 국내 물류센터에 보관할 경우 주문 즉시 배송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관세나 언어 문제 등에서도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1번가와 아마존은 론칭 준비가 되는 대로 상세한 서비스 내용을 밝힐 계획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영역을 넓혀가던 편의점과 홈쇼핑 간 합병도 있었다. 바로 GS리테일과 GS홈쇼핑 간 합병이다. 편의점과 슈퍼, 호텔 등 오프라인 거점을 갖춘 GS리테일은 홈쇼핑과 모바일 커머스 등 온라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GS홈쇼핑을 흡수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유통업이라는 점에서 서로 간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통해 구매력과 판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음은 물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옴니채널과 디지털 전환, 물류 강화 등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GS홈쇼핑은 ‘부릉’을 운영 중인 IT 물류 서비스 회사 메쉬코리아의 지분을 인수해 배송 강화를 위한 포석을 뒀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포괄적 사업 제휴를 맺은 것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제휴를 통해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이 운영하는 이(e)풀필먼트 서비스를 적극 사용할 수 있게 됐고 CJ대한통운은 안정적 물량 확보와 대규모 사업자와의 연계를 통해 풀필먼트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주목할 만 한 점은 네이버가 직접 투자보다 CJ대한통운에 대한 지분 투자로 비교적 큰 부담 없이 물류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물류 강화에는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틀을 깬 묘수로 꼽힌다.
조직을 바꾸기 위한 파격 인사도 눈에 띈다. 먼저 이마트는 오프라인 마켓을 맡겼던 강희석 대표에게 온라인 사업인 쓱닷컴의 키를 함께 쥐게 했다. 사상 첫 외부 영입 대표에게 사실상 유통 운영의 전권을 주면서 온·오프 역량 강화를 주문한 셈이다.
롯데 역시 ‘변화’를 외치던 신동빈 회장이 자신의 오른팔인 황각규 부회장을 잘라내는 결단을 보였다. 이달 하순 예년보다 이른 인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또 어떤 혁신 인사와 조직 변화를 선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파격이 굵직한 사안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소소한 브랜드 간 제품 콜래보레이션(협업)에서도 파격이 줄을 이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협업인 만큼 소비자 호응도 컸다.
대표적인 사례가 편의점 CU가 대한제분과 손잡고 출시한 ‘곰표 밀맥주’다. 지난 5월 출시 3일 만에 초도 생산물량 10만 개를 완판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 이 상품은 아직도 ‘없어서 못 사는’ 상품으로 꼽힌다. 맥주 제조사인 세븐브로이는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내년 1월을 목표로 증설을 준비 중이다.
곰표 맥주 성공 이후 CU와 ‘말표’ 구두약을 제조하는 말표산업이 손을 잡은 ‘말표 흑맥주’, 세븐일레븐과 ‘유동골뱅이’가 협업한 ‘유동골뱅이맥주’ 등도 속속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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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85로 나타났다. 100을 넘지 못하면 경기가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수치다. 지난 3분기 82에 비해 다소 개선됐지만 4분기는 유통가가 특수를 누려야 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유통업계는 일자리의 많은 부분을 책임져왔지만 코로나19 이후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1월 최근 경제동향’에서도 유통업계가 포함된 도소매·숙박음식업 3분기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37만 6000명 감소했다. 이 분야의 10월 서비스업 취업자 역시 41만 5000명이 줄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 7월 발표한 ‘국내 500대 기업 국민연금 가입 기업 순고용현황(2~6월)’에서도 44개 유통업종의 고용감소는 모든 업종 중 가장 많은 2519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1만 1880명 중 21%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699명 감소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삶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크나큰 변화에 직면한 시기”라며 “기업들이 위기 극복은 물론 더 나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행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