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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계의 물밑 논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기획재정부 유관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보고서였다. 조세연은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한 최종보고서(송경호·이환웅 부연구위원)에서 “지역화폐 발행으로 추가로 발생하는 지역의 순 경제적 효과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진은 “발행 비용, 소비자 후생손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예산 낭비, 사중손실(순손실) 등 부작용만 남았다”고 혹평했다.
이같은 보고서가 알려지자 이 지사는 “얼빠진 기관”이라며 “엄중문책”, “적폐 청산”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다른 연구기관들도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에 물음표를 던져왔다. 한국재정학회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의뢰로 지난 3월 발간된 ‘지역화폐가 지역의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발행의 고용 효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지원 부연구위원·김성아 전문연구원이 지역 화폐 발행 규모를 대폭 늘린 경기도 성남시, 전북 군산시, 경북 포항시를 비롯해 전국 228개 지자체를 분석한 결과다. “어느 변수를 사용하더라도 지자체 내 지역 화폐 발행은 지역의 고용규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보고서 결론이다.
재정학회 보고서는 경기연구원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연구 결과와 상반된다. 경기연구원 유영성 기본소득연구단장은 올해 9월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결제액이 증가하면 소상공인 매출액이 추가로 57% 증가한다”고 밝혔다. 지방행정연구원(여효성·김성주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상품권 발행액 전체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낙관적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다”며 “생산 유발액은 3조2128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1조 3837억원, 취업유발 인원은 2만9360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학자들 연구 위축시키면 국가적 손해”
그러나 재정학회 보고서는 이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지역 화폐 발행의 총 경제 효과만을 계산할 뿐 정책적으로 더 중요한 순 경제효과를 계산하지는 않았다”며 “선행 연구들에서 제안하는 지역 화폐 발행의 경제효과는 실제 경제효과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반박했다.
지역화폐 이용 효과(A)에서 지역화폐 없이 현금·신용카드를 이용한 효과(B)를 빼야 하는데 기존 연구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 4월 ‘2020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지자체는 타지역으로의 소비 유출이 차단돼 역내 업체의 매출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가 단위에서 보면 소비지출 총액은 동일하면서 상품권 발행 및 유통, 인센티브 제공 등에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다”며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비용만 추가 지출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지역화폐는 투입한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의구심이 많이 제기돼 왔고 이번에 조세연이 학자적 관점에서 보고서를 쓴 것”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학자들의 연구를 위축시키는 것은 국가적 손해다. 앞으로 지역화폐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보고서가 나오도록 장려·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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