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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프로듀서 변신? 시작했으니 제대로 해봐야죠"

장병호 기자I 2020.07.07 05:35:00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제작 나서
여자 배우들만 출연, 의무감·책임감 느껴
''브로드웨이 42번가'' 도로시 역으로 열연
"배우들 불안하지 않은 환경 만들고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여자 배우들만 나온 뮤지컬 ‘리지’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매진이 되는 걸 보면서 ‘베르나르다 알바’가 스타트를 잘 끊었구나 싶었어요. 의무감과 책임감을 느껴 재연을 준비합니다.”

뮤지컬배우 정영주(49)가 뮤지컬 프로듀서로 변신한다. 내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선보일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제작자로 나선다. 최근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만난 정영주는 “2018년 ‘베르나르다 알바’ 공연을 통해 주변에서 기획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상한 짓을 시작한 이상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도로시 브록 역을 맡은 배우 정영주가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정영주가 ‘이상한 짓’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초연 당시 출연진으로 10명의 뮤지컬 대표 여자 배우들만 캐스팅해 화제가 됐다. 남자 배우 중심의 뮤지컬시장에서 흔치 않은 시도였다. 그 중심에 정영주가 있었다. 황석정, 이영미, 김국희, 정인지, 백은혜, 오소연, 전성민, 김국희를 직접 캐스팅하고 김환희, 김히어라를 오디션으로 선발했다. 정영주는 이 작품으로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내년 돌아오는 ‘베르나르다 알바’는 정영주의 소속사 브이컴퍼니와 정동극장이 공동 제작한다. 최근 오디션 공고를 내고 캐스팅 중이다. 정영주는 “여자 배우 10명을 한 작품에 모으는 건 어렵지 않지만 여자 배우 10명만 나오는 공연을 올리는 건 쉽지 않다”며 “재연에는 초연에 나온 배우들은 물론 새로운 얼굴들도 함께 캐스팅해 보다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고자 한다”고 전했다.

배우 활동도 쉼 없이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도로시 브록 역으로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고 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96년 국내서 초연한 스테디셀러 뮤지컬. 그러나 데뷔 26년 차인 정영주는 이번이 첫 출연이다. 초연 당시 앙상블 오디션에 지원했다 떨어졌던 아쉬움을 24년 만에 달래고 있다.

정영주는 “오디션 때 노래 한 곡 부르고는 준비했던 탭댄스도 못 보여주고 떨어졌다”며 “보드빌 쇼 특유의 색깔에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에서야 출연하게 돼 기분이 더욱 새롭다. 정영주는 “브로드웨이 쇼 비즈니스를 겪으며 파란만장한 삶을 산 도로시 브록에게 많이 공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첫 출연임에도 배우들과의 관계는 더없이 끈끈하다. 비슷한 시기 뮤지컬로 데뷔한 최정원, 배해선, 전수경, 홍지민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어서다. 이들과 대기실에 함께 있을 때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페기 소여 역을 맡은 오소연, 김환희와의 인연도 남다르다. 오소연은 ‘넥스트 투 노멀’과 ‘베르나르다 알바’에서 모녀로 호흡을 맞췄다. 마찬가지로 ‘베르나르다 알바’로 함께 작업한 김환희의 캐스팅 소식에는 두 팔 벌려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배우에서 프로듀서까지 다방면에서 활약 중이지만 정영주는 또 하나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뮤지컬협회의 배우분과 위원장으로서 임금체불 등 업계의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다. 올해 임기가 끝나지만 아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연임을 결정했다.

정영주는 “배우들이 못 받는 돈을 대신 받아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중요한 건 배우들이 처음부터 불안해하지 않을 제작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뮤지컬배우 조합 등 힘을 얻기 위해서라도 나 스스로 영향력을 키워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도로시 브록 역을 맡은 배우 정영주가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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