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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김치, 美 1위 맞아?…과대 마케팅 논란

송주오 기자I 2019.10.09 08:30:00

대상·농협, 김치 미국 수출량 70% 이상 차지
풀무원, 美 시장점유율 40%…일부 대형마트 기준
8월 수출량의 30%도 대상 김치…풀무원, 성과 부풀리기 논란에 '함구'

풀무원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김치 제품들.(사진=풀무원)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미국 김치 시장 점유율 1위’

풀무원의 이 같은 발표에 식품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정적인 데이터를 부풀려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풀무원이 시장 1위 근거로 제시한 데이터는 미국 내 일부 대형 유통 체인에 한정한 것으로 시장 전체를 대변하진 못한다는 지적이다.

풀무원은 최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8월 말 기준 미국 대형 유통매장에서 현지 생산 김치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40.4%로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근거 자료는 닐슨 조사 결과였다. 특히 시장점유율 2, 3위는 미국 현지 생산 김치 브랜드로 각각 11.6%, 9.4%로 2위와 격차는 무려 28.8%포인트(p)에 달했다.

풀무원이 지난해 9월 한국산 김치로 미국 주류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의 시장점유율은 0.7%에 불과했다. 1년 만에 점유율이 39.7%p 상승한 것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글로벌 최대 유통 체인인 월마트에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처음 100여 개 매장에 입점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월마트 3900개, 퍼블릭스 1100개에 이어 크로거 등 총 1만여 개 미국 대형 유통매장에 입점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한국 배추로 만든 한국산 김치라는 점과 미국인 입맛에 맞는 김치 개발, 30여 년간 김치박물관을 운영하며 축적한 김치 발효과학 노하우, 미국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유통망 등을 성공의 배경으로 꼽았다.

이를 두고 식품업계에서는 풀무원이 미국에서 거둔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결과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선 조사 대상이 제한적이다. 풀무원이 제시한 대형 유통 점포는 1만여 개다. 풀무원 측에 따르면 김치를 판매할 수 있는 미국 대형 유통 점포수는 2만여 개다. 조사 대상인 점포수가 절반에 그친 것은 풀무원이 입점한 점포만을 기준으로 점유율을 산정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김치를 수출하는 물량도 풀무원의 1위 주장을 흔들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김치는 총 896만9000달러(2570t)로 이 가운데 70% 이상을 대상과 농협에서 했다. 풀무원을 포함한 나머지 업체들이 30%의 물량을 나눠 수출한 것이다. 풀무원의 미국 현지 시장점유율보다 못한 수출 비중인 셈이다. 조사 기준인 지난 8월의 총 김치 수출금액은 132만3000달러(312t)였다. 이중 대상의 수출금액만 38만달러로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다. 풀무원 측은 사업 초기인 관계로 8월 수출 금액을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대상 수준을 밑돌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풀무원이 미국 김치 시장에서 현지 업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같은 한국 업체로서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라면서도 “다만 시장 조사 결과가 편향적인 측면이 있어 이를 근거로 1위라고 발표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어 신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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