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로 보는 한주]日속도조절에도 文대통령 '불확실성' 강조…8·15 분수령

원다연 기자I 2019.08.10 08:00:00

日 개별허가 품목 1건 수출허가 나서며 전략적 속도조절
文 "실제 피해 없을 수 있지만 불확실성 여전히 살아있어"
韓·日 상대 대응 수위 살피며 전략 재조정 '눈치게임'
韓광복절·日종전기념일 발신메시지 향후 경제전 향배 좌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일본이 지난달 수출규제 조치 이후 처음으로 개별허가 품목 1건에 대해 수출허가를 하며 속도조절을 통한 한일 경제전 전략 가다듬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맞대응 조치는 유보하며 추후 카드를 남겨뒀다. 한일간 서로의 전략을 살피는 치열한 ‘눈치게임’이 진행중인 가운데 다음주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향후 한일 경제전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5~7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 ±2.5%p)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이주 국정 수행 지지도는 전주보다 0.4%p 내린 49.5%를 기록했다. 지난 6일까지 최근 2주새 4차례 이어진 북한의 발사체 도발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하락폭은 소폭에 그쳤다. 한일 경제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 힘을 싣어줘야 한다는 지지 여론이 하락폭을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

문 대통령은 실제 이주에도 자체기술 개발로 ‘탈일본’한 산업현장을 직접 찾아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격려하고,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열어 전문가들에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한 대응 방안을 듣는 등 대일본 총력 대응을 이어갔다.

일본은 지난 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시행령을 공포하며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고, 같은날 지난달부터 개별허가 품목으로 지정했던 반도체 소재 3개품목(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가운데 1개품목에 대한 수출 1건을 허가하는 등 가시적으로 확전을 자제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일본의 수출규제 단행 자체로 한국 경제에 야기된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대응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실제 피해가 없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청와대는 일본의 지난달 수출규제 이후 첫 수출허가는 ‘명분쌓기용’ 조치라는 판단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9일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허가에 대해 “수출 금지가 아니라 그냥 전략 물자를 관리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일본을 WTO에 제소했을 때 그 여러 가지 증거와 명분을 축적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일본이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했으면서도, 그 시행령을 7일에서야 공포한 것 역시 한국의 대응 수위에 따라 향후 전략을 달리하려는 의도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김상조 실장은 “8월 2일날 각의 결정하고 바로 그날 관보에 게재할 수도 있었지만 그걸 8월 7일로 미뤄놓은 건, 그 앞에 우리가 지소미아를 결정해야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당 시행령은 공포 뒤 21일 후에 시행되며,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시한은 24일이다. 한국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지소미아 재검토 가능성을 제기해온 만큼, 일본이 한국의 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을 본 뒤 향후 전략을 변경할 수 있도록 시행령 시행 시기를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도 당초 지난 8일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관련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확정하려던 결정을 유보하면서 일본측의 속도조절에 따른 맞대응 카드를 남겨뒀다.

한일간 치열한 ‘눈치게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다음주 광복절이 향후 한일 경제전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발신하는 대일 메시지의 수위에 따라 향후 한일 경제전이 확전으로 나아갈지 봉합의 길로 돌아설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일본에는 종전기념일인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기념식에서 대한국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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