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보는 증시]액토즈소프트, '확산성 밀리언아서' 넘어 'WEGL'로

김무연 기자I 2019.07.13 09:00:00

'미르의 전설' 개발사, 2004년 중국 셩취게임즈에 매각
확산성 밀리언아서 유통해 실적 및 주가 급상승
이후 히트 게임 없어 실적 및 주가 우하향
e스포츠 대회인 WEGL로 반등 노려

확산성 밀리언아서 접속 화면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2011년 도쿄 게임쇼에서 스퀘어에닉스가 들고 나온 신작에 게이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자사가 보유한 유명 게임 타이틀 ‘파이널 판타지’의 지적재산권(IP)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IP를 바탕으로 한 모바일 게임 제작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스퀘어에닉스의 행보는 당시 게임 업계를 휩쓴 사이게임즈의 성공과도 관련이 있다. PC와 콘솔 게임이 주류던 시절 사이게임즈는 ‘신격의 바하무트’,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등을 출시해 일본 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폭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에 자극받은 스퀘어에닉스도 모바일 게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스퀘어에닉스는 2012년 4월 스마트폰용 카드 배틀 RPG ‘확산성 밀리언아서’를 출시한다.

◇ 액토즈소포트, 확산성 밀리언아서 서비스하며 주가 ‘쑥’

게임은 출시 전부터 유명 성우진과 제작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자신이 전설 속의 아서왕이 돼 다른 아서(플레이어)에 맞서 브리튼의 패권을 다투는 흥미로운 스토리 또한 라이트노벨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으로 유명한 작가 카마치 카즈마의 작품이다. 여러 흥행 요소에 힘입어 확산성 밀리언아서는 출시 사흘 만에 가입자가 10만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한 확산성 밀리언아서는 곧바로 한국에도 출시됐다. 2012년 12월 20일 스퀘어에닉스는 한국 게임업체 ‘액토즈소프트(052790)’와 제휴를 맺고 액토즈소프트를 통해 한국에 확산성 밀리언아서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확산성 밀리언아서는 국내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고 이는 액토즈소프트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출시 당일 종가 기준 2만6750원이던 회사 주가는 약 7개월이 지난 이듬해 7월 19일 6만9200원까지 2배 이상 뛰어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1996년 10월 설립된 액토즈소프트는 1998년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MMORPG) ’마지막 왕국’을 개발해 서비스를 시장한 초창기 온라인 게임업체다. 특히 위메이드(112040)와 공동 저작권을 보유한 미르의 전설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자 이를 바탕으로 2001년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이후 국내 최초 성인 전용 MMORPG인 A3를 서비스하기도 했다.

셩취게임즈 공식 로고(사진=셩취게임즈)
◇ 스퀘어에닉스과 액토즈소프트 손을 잡은 까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케어에닉스가 한국에서 나름 입지를 굳힌 수준에 그쳤던 액토즈소프트를 파트너로 정한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회사의 모기업인 중국 셩취게임즈(옛 샨다게임즈)와 스퀘어에닉스의 전략적 제휴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양사는 모바일 게임 사업 전략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고 이에 따라 스퀘어에닉스의 게임인 확산성 밀리언아서의 서비스를 액토즈소프트가 맡게 된 것이다.

셩취게임즈는 중국의 거대 게임 퍼블리싱 업체로 미르의 전설을 중국에 유통하면서 회사와 인연을 이어왔다. 셩취게임즈는 미르의 전설이 중국 내에서 인기를 얻자 IP에 대한 로열티 지분보다는 회사 자체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2004년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하게 된다. 위메이드가 셩취게임즈와 지금까지 소송전을 벌이는 까닭도 액토즈소프트와 보유한 공동저작권으로 중국 내 불법IP에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서 IP소유권을 분명히 하자는 의도에서다.

모기업의 도움에 힘입어 액토즈소프트는 당시 막 개화하기 시작했던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 성공이 그리 오래가지 못했단 점이다. 밸런스 조절 실패로 과금 유저와 무과금 유저의 차이가 벌어진 것은 둘째치고라도 고과금 유저들이 거금을 들여 사들인 아이템조차 몇 달이 있으면 쓸모없어질 정도로 강력한 아이템을 연달아 내놓으며 과금 유도에 열중했다. 결국 팬들은 하나 둘 게임을 떠나기 시작했다.

WEGL 행사 중 모습(사진=액토즈소프트 공식 홈페이지)


◇ e스포츠, 회사 살리는 대안 될까

확산성 밀리언아서로 재미를 본 스퀘어에닉스와 액토즈소프트의 ‘동행’은 지속됐다. 액토즈소프트는 확산성 밀리언아서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괴리성 밀리언아서의 한국 배급을 맡는 한편 게임 배경을 중국 삼국 시대로 옮긴 밀리언연의를 스퀘어에닉스와 공동으로 개발해 서비스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게임 모두 매출면에서 확산성 밀리언아서만큼의 성적은 거두지 못한 채 시장에서 잊혀졌다.

확산성 밀리언아서 효과가 사라진 액토즈소프트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확산성 밀리언아서의 실적 기여도가 달했던 2013년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394억원, 영업이익은 232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액 377억원을 올리는데 그쳤으며 10억75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한때 7만원에 근접했던 주가는 최근 1만4000원대까지 주저 앉았다.

이에 회사는 e스포츠 사업을 신 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액토즈소프트는 지난 2017년 e스포츠 브랜드 ‘WEGL(World Esports Games & Leagues)‘’을 지스타에서 선보였다. 또한 지난해 웨이보를 운영하는 중국 시나 그룹의 계열사 상하이 종합 문화 미디어 회사(J.Z Company)와 △WEGL e스포츠 대회 개최·중계·홍보 △e스포츠 프로게임단 창단 및 홍보 △e스포츠 선수·게임단을 포함한 인재 육성을 위한 협력 등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배틀그라운드 대회인 WEGL 웨이보컵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성황리에 어이지며 액토즈소프트는 반등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31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6배 증가했고 2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던 지난해 1분기와는 달리 21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재 액토즈소프트의 주가는 큰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신 성장동력을 확보해 가시적인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게임주들은 대부분 ‘신작 모멘텀’에 기대 주가가 상승하는 구조였다. 신 성장동력으로 실적을 개선 중인 액토즈소프트의 전략은 기존 게임업체와 차별화 됐기 때문에 여타 게임 업체와 액토즈소프트의 주가 사이클을 비교하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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