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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업계에서는 부족한 상품 구색과 면세 한도 유지로 이미 예견된 성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근 단행한 구매 한도 증액 역시 면세 한도 증액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은 개장 첫 한 달(5월31일~6월30일)간 매출 54억 9300만원을 기록했다.
이를 환산하면 일평균 1억 7700만원 꼴이다. 당초 공항공사는 일평균 매출액이 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는 예상치의 절반을 조금 넘기는데 그친 셈이다.
이용객은 5만 455명이었다. 해당 기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입국자가 307만 9806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전체 입국자의 1.6% 만이 입국장 면세점을 이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입점 업체별로 분석하면 입국자가 많은 제1여객터미널에 자리 잡은 에스엠 면세점이 39억 7300만원으로 엔타스듀티프리(15억 2000만원)를 두 배 이상 앞섰다.
품목별로는 주류가 31억 8500만원 어치가 팔려 전체 매출의 58%를 차지했다. 이어 화장품·향수 매출이 9억 1200만원으로 17%, 식품류가 6억 7500만원으로 12%를 차지했다.
품목별 매출에서 주류가 1위를 차지하면서 입국장 면세점 개장 전부터 나왔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당초 면세업계에선 입국장 면세점에서 담배를 팔지 않고 출국장 면세점이나 시내 면세점에 비해 상품 구성이 빈약해 소비자 호응이 기대만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실제로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품목별 매출 1위를 차지한 것은 화장품(9410억원)이며, 2위는 담배(3763억원)였다. 공항 면세점, 시내 면세점을 막론하고 매출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화장품이 입국장 면세점에선 17% 밖에 팔리지 않은 셈이다. 이 역시 공항공사의 당초 예상과 어긋난다. 공항공사는 화장품 매출이 전체 6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입국장 면세점 개장에도 면세한도를 유지한 점 역시 흥행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면세한도는 지난 2014년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올린 후 현재까지 그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관세청 내부에선 입국장 면세점 개장과 맞물려 면세한도를 1000달러까지 올려야 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기획재정부는 현행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면세업계에서도 1000달러를 적정 면세한도로 보고 있다.
면세한도와 별도로 입국장 면세점의 구매한도가 600달러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면세한도와 상관없이 입국장 면세점에서 600달러를 초과해 살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입국장 면세점에서 단일품목으로 가장 비싼 제품도 599달러짜리 골프 세트다. 600달러 이상 고가의 잡화는 아예 판매할 수도 없는 구조다. 최근 정부가 구매한도를 3600달러(입국장 면세점 포함)에서 5600달러로 상향했지만, 이는 시내·출국장 면세점에만 해당된다.
입국장 면세점의 매출 추이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연간 매출은 700억원도 못 넘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김정우 의원은 “앞으로 더 많은 여행객들이 입국장 면세점을 이용할 것”이라며 “여름휴가 기간이 다가오는 만큼 혼잡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재 입국장 면세점의 상품 구성을 살펴보면 공사의 예상대로 매출이 나오기 힘든 구조다”며 “모객을 위해선 상품 다양화와 면세·구매한도 조정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