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개방 목적으로 국내에서 처음 설립된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문을 열기도 전에 무산 위기에 처했다. 개원 시한이 넘어서도 문을 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주도 당국이 어제 개설허가취소 청문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녹지병원을 추진해 온 중국 부동산개발 업체인 뤼디그룹 측 해명을 듣고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 제주도의 입장이지만 사실상 취소 결정이 내려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녹지병원이 지난해 12월 허가 받은 지 3개월 만에 좌초하는 셈이다.
제주도가 반대 여론을 의식한 탓에 반쪽짜리 결정을 내렸을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다. 보건복지부의 사업승인이 난 만큼 개설 허가를 내줬으면 될 일을 공공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반대에 따라 2년여나 미뤄 왔다. 그러다 지난해 공론화에 넘기고는 부정적인 결론이 나자 법에 근거도 없는 ‘내국인 진료제한’이라는 조건부 허가로 어정쩡하게 봉합됐다. 병원은 이에 반발해 지난달 ‘조건부 진료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도 저도 아닌 미봉이 사달을 부른 것이다.
영리병원은 2002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동북아 의료허브’ 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녹지병원은 17년 만의 첫 결실이나 다름없다. 취소된다면 20여년의 규제 논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꼴이 된다. 녹지병원이 제주도에 제기할 8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도 걱정스럽다. 더욱이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 제도까지 이용해 우리 정부에 직접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무엇보다 해외 자본을 유치해 관광·의료를 접목한 의료 분야의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이 규제에 가로막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진료 대상을 ‘외국인 관광객’으로 제한한 조치부터가 불합리하다. 녹지병원에 내국인의 진료를 허용한다 해도 성형·미용에 국한될 뿐이다. 더구나 병상도 47개에 지나지 않는다. “녹지병원이 문을 연다면 대한민국의 의료 공공성이 무너질 것”이라며 자기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일부 시민단체와 이에 영합하는 정치권의 단견은 비현실적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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