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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다. 과로사로 판정받는 인원이 매년 증가세다. 작년에만 200명 넘게 과로로 사망했다. 졸음운전 사고는 매년 2000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부터 시행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하면 ‘과잉근로’로 인한 피해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로사 인정 작년 205명…5년새 35.1%↑
플라스틱 가공 제품 제조업체에 근무하던 40대 A씨. 제품생산관리를 담당하던 A씨는 그날 야간근무를 앞두고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갑작스런 구토와 함께 의식을 잃고 병원에 후송됐다. 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7월 끝내 사망했다.
A씨는 직원 한 명이 결근을 하면서 한달내내 연속해서 야간근무를 했다. 야간근무까지 포함해 A씨는 발병 전 일주일간은 67시간을 일했다. 한달 평균은 66시간 36분이었다.
버스운전기사로 일한 60대 B씨는 지난해 7월 신호 대기중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그는 오전 4시30분경 출근 후 오후 11시30분경 퇴근해 하루에 16시간(격일제)씩 일했다. 병원에선 장시간 버스를 운행하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B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판단했다.
4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과로사와 연관한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작년에만 205명이 사망했다. 2012년 133명에서 35.1%(72명)이나 늘었다. 승인율이 상승한 경향이 컸다. 작년에는 576명이 과로사 인정을 신청해 205명이 승인받았다. 승인률이 35.6%다. 반면 5년 전인 2012년에는 647명이 신청해 133명이 인정받아 승인률 20.5%를 기록했다.
사망외 질환까지 포함하면 과로로 인해 산업재해 피해자수는 더 늘어난다 . 2015년만 주로 과로가 원인인 뇌심혈관계 산재승인건수는 462건, 작년에는 589건이다. 3년새 27.5%(127건)나 증가했다. 현재 국내에는 과로사 통계가 따로 없다. 장시간 근로가 뇌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이를 근거로 과로 관련 질환 통계를 활용한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심혈관질환 산재 인정 승인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장시간 근로로 인한 질환 발병이 많이 늘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내 최상위 수준이다. 지난 2016년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052시간으로 멕시코(2348시간)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OECD 평균(1707시간)보다 345시간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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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도 감소추세에 있지만 매년 2000건이 넘게 발생했다. 한국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5년 2701건이던 졸음운전 사고는 지난해 2002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졸음운전 사고에 따른 사망자수는 108명에서 77명으로 31명 줄었다.
문제는 치사율이다. 졸음운전의 경우 치사율(사고 건수 대비 사망자 수)은 4.0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2.0명)의 2배나 된다. 졸음운전은 대부분 고속으로 도로를 달리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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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동시간이 1% 줄 때마다 재해율은 3.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경우 재해율 감소폭은 5.3%로 더 크다. 연구를 진행한 시기는 국내에 주 5일제 근무제도를 도입(2004년)한 이듬해다.
박영만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장시간 노동의 문제점은 근로자 개인의 건강 및 안전뿐만 아니라 제2·제3의 피해도 양산할 수 있다는 데 있다”며 “박 국장은 “근로시간 단축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할 수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로사회를 벗어나면 업무상 질병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뇌심혈관 질병 사례도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