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대한 재평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전 세계 음원 시장을 강타하고 스튜디오드래곤이 세계적인 온라인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판권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한류 콘텐츠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잇달아 나타났다.
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 들어 꾸준하게 상승 흐름을 보인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1일 사상 최고가인 2만650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9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가 국내 음원 시장을 넘어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트와이스가 오는 8월까지 아시아 투어를 진행하는 가운데 아이돌 그룹 갓세븐(GOT7)도 월드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이익 기여도가 높은 콘서트 일정이 몰리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음원 시장 진출 지연으로 주가가 부진했던 에스엠엔터테인먼트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주가도 최근 반등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중국 시장에 다시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가에 반영했고 최근 유튜브를 통한 해외 진출 가능성이 주가 반등을 이끌고 있다.
올 들어 BTS가 전 세계에서 인지도를 끌어 올리면서 덩달아 케이팝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특히 유튜브 내에서 케이팝 조회 수가 늘어나면서 국내 4대 음원 기획사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스엠·와이지·JYP·빅히트 등 국내 4대 기획사 유튜브 평균 조회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최근 1개월 구독자수 증가율만 평균 8%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음원을 발표한 걸그룹 블랙핑크는 1주일 만에 구독자 수가 110만명 증가했다”며 “원가가 들어가지 않는 유튜브 매출이 빠르게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음원뿐 아니라 국내 드라마 콘텐츠도 최근 해외 시장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21일 넷플릭스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라이선그 계약을 체결했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약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면서도 “단일판매 공급계약 체결 공시 기준을 고려할 때 지난해 매출액 2867억원의 10%인 290억원 이상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넷플릭스가 최소 287억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했을 때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비 대비 70% 이상을 회수할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넷플릭스와 계약이 제작비 50% 선에서 결정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스튜디오드래곤 콘텐츠 제작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 국내 제작 드라마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드라마 제작사 기업가치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올 2분기에만 19.9%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가 4% 이상 내린 것을 고려하면 시장 대비 수익률은 25%포인트에 육박한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콘텐츠 활용 범위가 특정 국가 내에서 전 세계로 확장됨에 따라 콘텐츠 사업자 몸값은 급속히 치솟고 있다”며 “아시아 정상급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기업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