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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농업지역 주지사 및 의원들과의 회동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게 “만일 조건이 호의적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이같이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올해 들어 미국의 ‘TPP 재가입’ 신호음은 곳곳에서 포착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만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면 우리는 개별적으로나 단체로나 TPP 회원국들과 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며 처음으로 재가입 가능성을 내비친 데 이어 2월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공동회견에선 “더 나은 조건을 제의한다면 우리가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조건부 복귀론’을 언급했다. 당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그것(TPP)은 현재 우선 사항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고려할 일”이라며 “상당한 고위급 대화를 시작했다. 우리가 다자(협정)를 해야 할지 여부 또는 TPP 복귀를 고려할지 여부, 그것이 다시 (협상) 테이블 위에 있다”고 사실상 물밑 협상이 시작됐음을 시사하기도 했었다.
TPP를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뀐 시각을 두고 무역·통상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거나 고립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무역협정인 TPP는 원래 아·태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무역·통상 전략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작품인 TPP를 폐기하는 대신, 이른바 ‘어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양자 협정’에 더 무게를 둬왔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자, 대(對) 중국 카드로 다시 TPP를 꺼내 들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을 뺀 일본과 호주·뉴질랜드·캐나다·멕시코·칠레·페루·싱가포르·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애초 TPP에 가입하려던 11개국은 지난달 8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TPP 대신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출범시켰다. TPP 협정문의 95%를 유지했으며, 2019년초 공식 발효된다. CPTPP는 인구 5억명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9%를 차지하는데, 미국이 합류하면 GDP 비중만 37%로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