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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한국판 '미투 운동' 번진다

장병호 기자I 2018.02.05 06:00:00

서지현 검사 내부고발에 '미투'로 응원
2016년 문화예술계 성범죄 고발로 시작
청와대 청원 등 해시태그 넘어 행동으로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이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 촉구 전국 동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문화예술계에서 시작한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불붙은 ‘미투(Me Too) 운동’과 결합해 대중적인 사회 운동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국에서는 2016년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성폭력’이라는 이름의 고발 운동이 있었다. 당시 SNS를 중심으로 ‘문단_내_성폭력’ ‘문화계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문화예술계 각 분야에 대한 성폭행 범죄를 고발하는 폭로가 이어졌다. 소설 ‘은교’를 쓴 소설가 박범신은 여성들을 ‘은교’로 부르며 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나 사과했다. 시인 배용제는 미성년자 성폭행 및 금품갈취 혐의로 구속돼 지난해 9월 징역 8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형태 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도 재단 직원에 대한 성추행 의혹에 휘말려 해임됐다.

연극계와 대중문화계도 동참했다. 연극연출가 구자혜는 지난해 4월 연극 ‘가해자 탐구_부록: 사과문작성가이드’를 통해 성폭력은 권력과 위계에 의해 일어나는 성폭행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계에서는 배우 조덕제의 성추행 파문, 김기덕 감독의 여배우 폭행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촬영 현장에서의 성폭행 문제가 공론화됐다. 배우 정려원은 지난 연말 열린 ‘KBS연기대상’에서 수상소감을 통해 “성범죄에 대한 법이 강화돼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더 높일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여성계는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이 더 이상 참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여성들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최영지 활동가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성폭력을 비롯한 부당한 현실을 참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면서 “이러한 인식 변화 속에서 문화계를 중심으로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투(Me Too) 운동’은 지난해 문화계에서 불거진 데 이어 난달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지현(45) 검사의 검찰 내 성추문 내부고발이 도화선이 다시 불거졌다. 서 검사의 고발은 현직 검사가 검찰청 내부에서 자신이 직접 당한 성폭력을 폭로한 초유의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네티즌들은 ‘metoo’(미투·나도 당했다), ‘withyou’(위드 유·함께 하겠다) 등의 해시태그로 서 검사를 비롯한 성범죄 피해자를 응원하고 있다. 이른바 ‘미투 운동’이다. 미국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스템에서 소외된 유색인종 피해자를 돕기 위해 2007년 처음 시작한 캠페인이다. 지난해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피해자들이 동참하면서 ‘미투 운동’은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을 상징하는 슬로건으로 전 세계에 퍼져가고 있다.

외국에서도 유명인들이 중심이 돼 성폭행에 대한 인식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우마 서먼도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웨인스타인에게 성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8일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여자 배우들이 짙은 검은색 드레스로 ‘검은 물결’ 캠페인을 벌였다. 할리우드의 성폭력을 없애기 위해 결성된 단체 ‘타임스 업’(Time’ up·시간은 끝났다)의 활동에 동참한다는 뜻을 담았다. 지난달 28일 있었던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출연자들이 ‘타임스 업’ 운동에 동참하고자 저항의 의미를 지닌 ‘흰 장미’를 달고 등장해 경각심을 일으켰다.

연극 ‘가해자 탐구부록: 사과문작성가이드’의 한 장면(사진=서울문화재단).
지난해 8월 열린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현장(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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