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한·중 IP금융 생태계 마련 나서야

선상원 기자I 2017.11.23 06:00:01
[안유화 성균관대학 중국대학원 교수] 한국경제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IP창출이 관건이며, 앞으로 정부는 모태펀드 내 지식재산권 펀드를 180억원 규모로 조성하는 등 담보가 없거나 신용도가 부족한 기업도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을 바탕으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기술금융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식재산권 IP는 가치평가가 어려워 투자 리스크가 높은 투자대상이다. 특허와 같은 무형의 지식재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IP금융은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투자이기에 위험 분산화가 필요하다. 즉 대중들이 공동으로 위험을 분담하게 하는 것으로 IP금융의 투자위험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은 다수가 공동으로 리스크를 부담하여 개인 부담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투자 방식으로 고위험 투자 대상인 IP에 대한 투자 방식으로 적합하다. 또한 IP의 가치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이 충분한 데이터가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시장 활성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IP금융과 크라우드펀딩을 결합하면 무형의 지식재산을 더 쉽게 유동화 할 수 있고, IP거래 시장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인 자본은 기술혁신형 창업기업에 온라인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쉽고, 신속하고, 편리하며, 동시에 저렴하고 시기 적절하게 투자가 가능하게 한다. 초기 혁신창업기업을 위한 ‘인내심’이 있는 ‘모험자본’ 공급생태계가 구축되려면 효과적으로 위험분산이 가능한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IP를 가장 많이 창출하는 국가이지만, 활용성과는 미미하다. 2013년 기준 지식재산 출원 규모 순위는 1위 중국, 한국 4위이지만 활용 순위로 볼 때 한국 10위, 중국은 22위에 머물러 있다. 이는 한.중 양국 모두 금융시장 지식재산(IP) 분야 전문성 미비로 투융자 활동에 소극적이고, R&D성과로 도출된 핵심기술자산(IP)의 보호 및 활용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IP창출강국인 한국과 중국은 문제인식 공유 및 상생적 개선방안 추진이 필요하며, IP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반도체, 전자설비, 화장품, 해양, 의료, 제약, 바이오, 패션, 교육, 영유아 등 영역은 중국 대비 한국의 우세산업으로서 중국 국내 투자수요가 큰 영역이다. 반대로 핀테크 플랫폼 영역에서 BATJ(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징둥)등 중국기업들의 크라우드펀딩 시장 파워가 크기에 한국의 혁신형 초기 창업기업, 특히 4차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이 이들 투자를 받아 짧은 기간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ICT 우위를 기반으로 4차산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 드론, 사물인터넷, 재생에너지, 친환경자동차, 제약바이오 등에 중점을 두고 관련기업들이 창업 초기부터 한국과 중국시장에서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한 자본조달이 쉽게 이뤄지도록 하는 IP금융 생태계 마련이 중요하다.

실제로 한국의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ICT와 문화.예술. 금융 및 보험업 건당 융자금액이 1.5억원 정도로 비교적 높은 반면에 중국은 과학기술 혁신형 및 소비형 산업의 건당 융자금액이 3억위안으로 비교적 높다. 업종별 분포(발행금액 기준)를 보면 한국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이 71%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반면에 중국은 중고차.여행.소비 및 교육 등 산업이 85% 이상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7년 상반기 중국의 전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수는 808개로 최근 3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중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수는 113개로 약 2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688개의 프로젝트를 통하여 15.5억 위안(한화 약 2,600억 원)의 자금이 모집됐다.

한국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거래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나, 시장 규모가 작다. 2017년 6월 말 기준 누적 크라우드펀딩 발행금액은 100억원을 넘었으며, 전 년 동기대비 65.5%증가 하였다. 현재 14개 온라인소액중개업자가 있으며 누적펀딩 성공률은 52%이다. 한국은 국내 시장 협소로 인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의 넓은 시장을 활용하여 투자자 저변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앞으로 중국과 홍콩 양자간 독점적으로 상호 인정한 펀드 판매(MRF)와 같이 한국과 중국 지방정부 양자간에만 독점적으로 적용하는 IP 창조기업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개방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중국은 시장이 넓고 방대한 투자자 플랫폼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로서 세계 그 어떤 국가와도 자금모집. 우수 창업프로젝트와의 연계투자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자원배분의 최적화가 가능하고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협력으로 세계 금융강국 목표를 짧은 시간에 실현 가능할 수 있다. 2013년 세계은행 보고서에서는 중국의 크라우드펀딩이 2025년에 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여 세계 최대의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중 크라우드펀딩 연계 시범 사업을 통해 한국인의 중국내 크라우드펀딩시장 투자 및 중국인의 해외(한국) 크라우드펀딩 시장 투자를 시범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양국의 투자자는 각각 한·중 잠재 가능성이 높은 초기 창업 혁신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수 있을뿐더러 양국 정부는 IP금융 시장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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