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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저축과 기업 투자부진으로 국내에서 남아돈 자금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지난 한 해만 보아도 1000억달러에 이르는 돈이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로 나갔다. 이 돈 일부를 이제 정부가 쓰면서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적자 재정도 편성해야 할 것이다.
야당은 확장적 재정 외에 예산의 3분의 1 가량을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편성한 것을 문제로 제기할 것이다. 내년도 예산에서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편성된 예산은 146조 2000억원이다. 특히 중앙과 지방 정부가 3만명의 공무원을 증원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심의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일 것이다. 정부는 ‘소방, 경찰 등 국민 생활ㆍ안전에 꼭 필요한 분야에 국한된 인력’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야당은 앞으로 재정 부담이 늘 것이기 때문에 삭감을 요구할 것이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5년간 공무원 17만 4,000명을 신규 채용하면 30년간 327조원의 인건비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러한 재정 부담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조정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공무원 증원 외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 편성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20%를 줄이는 정부 예산안도 여야간에 치열한 논쟁의 대상일 것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소득 분배 차원에서 고려할 문제이나, SOC 예산 감소는 받아들일 만 하다고 평가된다. 현재 우리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6% 정도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3~4%이다. 경제성장 단계가 다르지만, 우리 건설투자 비중은 지나치게 높다. 길 닦고 다리 놓는 것보다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인한 인적 자본 투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사회간접자본 투자 감소에 따른 건설투자 위축이 내년 경제성장률은 낮출 수 있다. 지난 2016년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1.5%였다. 지난해 우리 경제가 2.8% 성장했는데, 건설투자가 제자리걸음을 했다고 가정하면 경제성장률은 1.3%였던 것이다. 올해는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 1.2% 포인트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GDP를 구성하는 다른 부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내년에 SOC 감소와 더불어 주택 투자 위축으로 건설투자가 경제성장률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한번은 겪어할 진통이다.
1997년과 2008년 국내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잠재성장률이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각 경제 주체간 혹은 경제 주체 내의 차별화가 심화되었다. 국민소득(GNP) 중에서 가계 몫은 줄었고 기업 비중은 증가했다. 올해 삼성전자 한 기업의 이익이 상장기업 이익의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편차가 크다. 가계의 소득 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야 관계없이 이런 거시적 경제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서 예산안 심의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