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한 국내 손해보험사에서 개발 중인 헬스케어 보험상품의 개요도다. 현재 이와 같은 상품 출시 여부를 금융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금연 성공, 당뇨 수치 개선, 하루 만 보 걷기 등 건강관리를 꾸준히 실천하면 다음 해 보험료를 깎아주거나 돌려주는 ‘보험’과 ‘헬스케어’가 결합한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이 이르면 연내 선보일 전망이다. 스마트워치·스마트밴드 등 각종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건강정보를 관리하고 목표달성 여부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 방식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혁신기술의 발달로 해외 보험사는 보험상품에 헬스케어 서비스를 접목한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으며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의료법과 특별이익제공 금지 등을 규정한 현행 법령의 벽에 가로막혀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정부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 등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사회적 비용 감소 효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일 보험 계약자 등의 건강관리노력과 성과에 따라 보험료 할인 등 혜택을 지급하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이란 건강관리 프로그램이나 건강지표 달성 시마다 보험료 할인 등의 편익을 제공하는 보험상품이다.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해 연간 360만 보(하루 만 보) 달성하면 다음 년도 보험료의 5%를 할인하거나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이처럼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이 활성화면 보험계약자와 보험사 모두 비용이 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의 발표로는 당뇨예방 노력을 30년간 지속한 경우 사회적 편익은 비용의 약 2.5배 늘 것으로 추산했다.
보험가입 자체가 어렵거나 초기 보험료가 높게 책정될 수 있는 보험계약자(유병자 등)들은 건강관리 노력에 따라 보험료 부담이 줄어든다. 보험사는 질병발생 확률, 조기 사망확률 등 사고위험이 낮아지면서 손해율 관리가 쉬워져 새는 보험금을 줄일 수 있다.
김봉균 금융감독원 보험감리실 팀장은 “건강증진형 보험은 가입자와 보험사의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관련 헬스케어 산업 성장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입자 모럴해저드·과당 판매 경쟁 차단
가이드라인에는 상품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기초서류 기준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상품 개발 기준은 객관적으로 검증된 기준으로 한정, 국내외 보험통계, 학술·연구자료 등에서 계약자의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한 경우에만 인정한다.
보험 가입자가 건강관리 노력을 기울이면 △건강관리기기 구매비용 보전 △보험료 할인 또는 환급 △보험가입금액·보험금 증액 △건강 관련 서비스 제공 △업무제휴사 서비스 이용 시 포인트 지급 등 5가지로 특별이익제공을 명시했다.
보험료 할인 등 편익 제공 기준을 기초서류에 명시해야 하고 걸음 수 측정 앱 개발 회사의 도산, 웨어러블 기기 파손 시 대체할 수 있는 건강관리 노력 측정수단과 대체방법도 기초서류에 명시해야 한다. 다만 신상품 도입 초기 통계가 부족한 점을 고려해 최초 5년간 한시적으로 사업비 범위 내에서 보험료 할인, 보험금 증액 등을 할 수 있다.
보험계약자의 건강관리 노력에 따라서 보험료·보험금 등이 달라지는 것은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으로 보험모집(판매)시 반드시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의무를 부가했다. 보험계약자의 사고위험 감소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금품 등을 보험모집 대가로 지급하는 것은 특별이익에 해당해 금지한다.
손주형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물 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다양한 혁신상품 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여 지속적으로 가이드라인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서비스 확대에는 ‘한계’
국내 헬스케어 보험상품 개발 걸림돌로 지목했던 특별이익 제공 행위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면서 상당 부분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하지만 보험사의 요구가 컸던 건강 관련 서비스 제공은 여전히 법적으로 모호하다. 지난해 2월부터 보건복지부 주도로 제도 개선을 위한 의료계와 금융당국 간의 논의를 진행했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이 중 보험사들의 요구가 컸던 ‘건강 관련 서비스 제공’은 의료법과의 충돌 여지가 남았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도 의료법 등 현행 법령상 허용된 범위에서만 보험사가 건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비 의료기관의 의료행위를 금지한 의료법을 준수하라는 말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기엔 ‘의료법 벽’이 높다는 주장이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의 구분에서 일반 소비자의 인식과 필요, 사회통념을 고려한 객관적·합리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의료행위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보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료계는 건강관리도 의료행위와 직접적으로 이어져 의사가 진단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보험사의 헬스케어서비스 제공 목적이 의료비 절감을 위한 것인지, 건강군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것인지, 또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