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장관과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정면충돌이 청와대의 개입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송 장관은 그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는 않아 개탄스럽다”며 문 특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국방부의 김정은 참수부대 창설 방침에 대해 문 특보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공개 비난하자 작심하고 반박한 것이다.
청와대는 어제 “송 장관에게 엄중 주의 조치했다”며 문 특보의 손을 들어 줬다. 송 장관이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 혼선을 야기했다는 이유에서다. 문 특보는 “할 말이 없다”며 확전을 자제했고, 국방부도 “향후 유념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안보 전선에 자중지란이 일어난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서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도 북한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미국에서는 대북 무력행사론이 다시 고개를 쳐드는 분위기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청와대의 주의 조치는 송 장관이 아니라 번번이 ‘학자의 입장’ 운운하며 안보 전선을 뒤흔들곤 하는 문 특보를 향했어야 마땅하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문 대통령이나 문 특보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군인 출신인 송 장관과 기본 인식 차이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송 장관이 현 정부의 안보관과 부딪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도 그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 핵·미사일은 체제 보장용이라고 말했으나 송 장관은 “체제 보장은 10%밖에 안 되고 90% 이상 군사적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달 초에는 전술핵 재배치 검토를 언급했다가 문 대통령의 ‘불가’ 방침에 밀려 말을 번복하기도 했다.
북한 문제를 대화로 풀어갈 수 있다면 아무런 걱정이 필요 없을 것이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지금껏 우리의 온갖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 개발에 매달려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유화적인 손짓을 내밀면서도 내밀한 군사 작전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문 특보도 계속 학자의 입장을 지키려면 특보에서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