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구성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서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속으로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하며 의원 특권 손질에 나섰지만 불체포 특권 완화 등 일부 개혁에 그쳤다. 개헌을 위해 대통령에 대해서는 임기 단축까지 나오는 마당에 국회의원의 선수 제한을 하자는 목소리는 들리지조차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70조는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못박고 재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지방자치법 87조 역시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를 4년, 연임을 3회로 제한하고 있다. 연달아 3선에 성공해 12년이 지나면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한다. 그러나 유독 같은 선출직인 국회의원만은 이 같은 규정이 전무하다. 20대 국회만 하더라도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8선으로 30여년간 국회의원을 업으로 삼았다. 4선 이상 의원은 모두 51명이다. 역대로 보면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 9선을 지내면서 우리 정치 역사상 최다선 의원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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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헌법재판소는 지자체장의 연임을 3번으로 제한한 지방자치법 87조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당시 재판부의 결정문을 보면 ‘지자체장은 지자체 공무원 및 지역 지지세력을 이용하거나 인사권 등 많은 권한이 있어서 다른 후보자에 비해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장기집권 가능성이 높다’며 ‘사조직과 파벌 문제, 부패 및 낭비적 행정 우려가 있는 반면 지자체장에 대한 견제수단은 미흡하다’고 판시했다.
국회의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정치 신인들이 기성 정치인을 향해 정치 구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20대 국회 3선 이상 도전자 66명 중 51명이 연임에 성공했다. 당선률이 77%에 이른다. 비례대표 순번을 높이기 위해, 또 지역구 공천을 따내기 위해 계파 문제가 선거철마다 뒤따르는 것은 다반사다. 차기 공천을 위해 소신을 발휘하기보다는 계파에 줄 서는 광경이 연출된다. 선수가 곧 권력화되는 국회 내 위계질서도 문제다. 각 상임위원장은 3선 이상 의원들이 나눠먹기식으로 선출의 형식을 빌어 맡는다. 초재선 의원이라고 해서 회의를 이끌 능력이 없지 않다. 국회의장 후보도 5선 이상의 최다선 의원들 사이에서만 하마평이 나온다.
다선이 곧 정치적 성장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차기 대선 후보 중 독보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9대 국회에서 딱 한 번 당선됐다. ‘안철수 현상’까지 불러일으켰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당시 국회의원 전력조차 없었다. 중도 포기를 선언했지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나 여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 역시 국회와는 거리가 있다. 국회의원 다선과 국민적 기대가 비례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차기 선거를 노리기 때문에 지역구에 선심성 정책을 펴는 것 역시 국가적 낭비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지만 정작 지자체장이 힘을 기울여야 할 지역 현안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예결특위 때마다 문제가 불거지는 지역구 관련 예산, 이른바 쪽지 예산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개헌특위는 비대해진 행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서 당장 논의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 “그러나 국회의원 다선 문제로 생기는 폐해들도 지적될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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