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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승차거부 기승…‘콜버스·카풀O2O'로 집에 간다

고준혁 기자I 2016.12.29 06:30:00

서울시 대대적 단속에도 연말 택시 승차거부 여전
콜버스·올빼미버스·카풀 O2O 등 대체수단 다양화
심야 콜버스 시민이 뽑은 서울시 정책 1위 오르기도
서울시 "승차거부 극심한 연말에만 일시적으로 단속"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차도까지 진출해 택시 잡기 경쟁을 벌이고 앴다. (사진=고준혁 기자)
[이데일리 고준혁 유태환 기자] “그래도 한 시간 이상 추위에 떨던 예전보다는 나아요”

26일 오후 11시 30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 카카오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5번째 콜만에 택시를 잡은 직장인 최모(47)씨는 연말 심야 시간 귀가가 1~2년 전보단 수월해졌다고 했다.

연말연시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던 심야시간대 귀가전쟁이 과거에 비해 조금은 평화로워졌다. 카카오택시가 일반화한 데다 콜버스, 올빼미버스(심야버스), 차량공유 등 다양한 대체 교통수단이 등장한 덕분이다.

◇ 콜택시 대신 카카오택시

승차거부로 악명 높은 서울 종로구와 강남역 일대엔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들로 북적였다. 차도까지 진출해 지나가는 택시를 잡으려고 애쓰는 사람들 사이로 도로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휴대전화만 응시하는 시민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강남역 11번 출구 쪽에서 카카오 택시 앱 화면을 들여다보던 던 송모(23·여)씨는 “월요일에는 보통 2~3번 정도 부르면 오는데 오늘은 6번째 만에 택시가 겨우 잡혔다. 그래도 카카오택시 덕에 택시잡기가 예전보다는 수월해 졌다”고 말했다. 다만 택시기사가 행선지에 따라 콜을 선택한다는 점 때문에 카카오택시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김모(21)씨는 “기사들이 승객의 목적지를 미리 알 수 있다보니 이동거리가 짧을 때는 카카오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27일 0시 40분쯤 서울 종로구 종로2가에서 시민들이 강남방면으로 운행하는 N37번 올빼미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유태환 기자)
27일 0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 있는 ‘콜버스 타는 곳’에서 한 시민이 콜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고준혁 기자)
◇콜버스·올빼미버스·카풀 O2O 등 대체수단 다양화

카카오택시 뿐 아니라 콜버스, 올빼미버스, 차량공유 등 다양한 대체수단들이 심야시간 귀가길을 돕는다.

종로구에서 친구들과 망년회를 마치고 강남구에 위치한 집으로 귀가하던 대학생 이세혁(23)씨는 버스 번호 앞에 알파벳 N이 표시된 심야버스를 탔다. 이씨는 “택시를 타면 못해도 1만 5000원 이상 나온다”며 “정류장에서 내려서 10분 정도 걸어야 하지만 저렴한 요금을 생각하면 감수할만 하다”고 말했다. 대리기사일을 하는 김모(48)씨는 “이동할 때마다 택시를 이용하기는 부담스러워 심야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며 “웬만한 노선도랑 운행시간표는 머릿속에 다 들어 있어 큰 불편은 없다”고 전했다.

휴대전화로 버스를 호출해 귀가길에 나서는 시민들도 있다. 강남구 삼성동에 거주하는 변모(27·여)씨는 “회식 때마다 콜버스를 이용한다”며 “부르면 바로 오는데다 여러 사람이 함께 타니 상대적으로 불안감을 덜 수 있다”며 13인승 미니밴에 올랐다.

심야버스 호출 서비스인 콜버스는 현재 17개 법인택시회사와 콜버스랩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심야 콜버스는 최근 ‘시민이 직접 뽑은 서울시 10대 정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일평균 콜버스는 300~400명, 올빼미버스는 70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며 “이용자가 늘어날 경우 차량을 증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량 호출서비스도 새로운 심야 시간 교통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날 강남역 일대엔 카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인 럭시(LUXI) 직원들이 택시를 기다리는 시민을 상대로 앱 다운 및 이용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카풀 O2O는 밤늦게 퇴근하는 일반인 운전자의 차량을 이용자가 호출해 일정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방식이다. 차량 공유서비스인 우버와 비슷하지만 출퇴근 시간에만 제한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럭시직원인 최모(23)씨는 “이날만 저희의 권유로 14명이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 그래도 심야엔 택시…단속반 사라지자 승차거부 기승

대체수단이 여럿 등장하기는 했지만 심야시간 대 주요 이동수단은 택시다. 문제는 서울시의 끈길진 단속에도 좀처럼 승차거부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종각역에서는 서울시 직원들이 승차거부 택시를 상대로 단속을 벌였다. 승차거부 1회 적발 시 부과하는 과태료는 20만원이다. 2회째는 40만원에 자격정지 30일, 3번째 적발되면 과태료 60만원을 부과하고 운전면허를 취소한다.

4인 1조인 단속반은 택시를 잡고 있는 시민들 뒤 편에 서 있다 승차를 거부하는 장면이 포착되면 달려가 기사들에게 승차거부로 단속하겠다고 경고했다. 강남역 인근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한 택시가 휴무등을 켜고 운행하자 단속직원이 달려가 주의를 주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단속반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곧바로 택시기사들은 시민들과 행선지를 흥정하는 볼썽사나운 행태를 드러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종로1가와 홍대입구역, 영등포역, 이태원역 등에서 평균 45명 정도의 인원이 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며 하루동안 약 6건의 승차거부가 적발된다”며 “승차거부가 극심한 연말연시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 운영 시간과 인력을 더 늘리는 것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27일 0시 20분쯤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에서 한 시민이 택시기사에 목적지를 말하며 흥정하고 있다. (사진=유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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