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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나홀로족' 사로잡은 백선생의 집밥 신드롬

김태현 기자I 2015.07.23 06:00:00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간편한 조리법
기존 셰프테이너들과 차별화된 스타일
황교익 "집밥 기억 못하는 젊은이 열광"

tvN 예능프로그램 ‘집밥 백선생’ 제작발표회에서 요리전문가 백종원.(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혼자 사는 직장인 박세호(30)씨는 퇴근길 오랜만에 마트에 들렀다. 평소 같으면 라면과 맥주로 꽉 찼을 장바구니지만 오늘 저녁은 다르다. 파, 양파, 당근, 감자, 돼지고기 등 식재료로 가득하다.

요즘 주변을 살펴보면 집에서 밥을 해먹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대부분 저녁은 밖에서 간단하게 해결하던 ‘나홀로족’들도 부엌으로 향하고 있다. 요리전문가이자 성공한 외식 사업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덕분이다.

최근 백종원의 인기가 뜨겁다. 그의 아내인 배우 소유진을 능가할 정도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과 tvN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의 구수한 말투로 버무려진 간단한 레시피에 사람들이 매료됐다. 백 대표가 출연하는 시청률 경쟁 프로그램 마리텔은 토요일 오후 11시 15분이라는 불리한 편성 시간에도 8%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케이블 방송인 집밥 백선생 시청률도 7%대에 달한다.

백종원이 출현 중인 ‘집밥 백선생’(출처=tvN)
방송가뿐만이 아니다. 서점가에서도 백종원 열풍은 뜨겁다. 그가 지난해 8월 출간한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가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7월 첫째주 주간 베스트셀러에 백종원 대표의 서적이 처음으로 2위에 올랐다.

백종원 방송의 특징은 빠르고 간편한 레시피다. 그는 방송에서 입버릇처럼 “쉬운 재료로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게 요리”라고 강조한다.

에드워드 권, 강레오, 샘킴, 최현석 등 쟁쟁한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 사이에서 백종원이 단연 돋보였던 이유는 이 때문이다. 방송에 나오는 요리사들의 화려한 칼질과 요리 실력은 놀랍기는 해도 쉽사리 따라하기는 어렵다. 특히 일 년에 과도조차 몇 번 쥐어볼 일 없는 나홀로족이나 남자들이 따라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간단한 백종원 레시피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백종원이 최근 집밥 백선생에서 선보인 고등어 구이만 해도 그렇다. 고등어는 기름이 많은 생선이라 구울 때 연기도 많이 나고 속까지 익히기 어렵다. 요리에 젬병인 사람은 요리할 염두조차 내지 못하는 식재료다.

백종원은 이런 문제를 통조림 고등어를 사용해 해결했다. 통조림 상태로 이미 어느 정도 조리된 고등어에 튀김가루만 묻혀 구워내기만 하면 된다. 생물 고등어처럼 비린내를 잡고 약한 불에 오랫동안 구울 필요도 없다. 그는 “조리도 쉽고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데다 가격까지 싼 고등어 통조림이 현실적으로 생물 고등어보다 낫다”고 말했다.

시청률 경쟁 방송 ‘마이리틀텔레비전’(출처=iMBC)
마리텔에서는 간장과 설탕, 그리고 불에 태운 양파와 파를 이용해 만든 일본식 만능 간장소스 ‘쯔유’를 선보였다. 이를 활용해 닭고기덮밥과 돼지고기덮밥을 10분 만에 조리해 내놨다. 쯔유 소스를 미리 만들어 놓는 부지런함만 있으면 누구나 짧은 시간 안에 뚝딱 근사한 저녁 한끼를 만들 수 있다.

조리법은 대부분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이는 시간에 쫓기듯 사는 바쁜 현대인, 그중에서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나홀로족이 그의 레시피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백종원의 집밥 신드롬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00년 15%에 그쳤던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26%까지 증가했다. 네 집 걸러 한 집은 1인 가구인 셈이다. 2035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약 34%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은 “백종원은 ‘대체 엄마’다”라고 했다. 황교익은 “그에게 열광하는 20~30대 젊은 층은 맞벌이 부부의 1호 자식들”이라며 집밥에 대한 기억이 없는 젊은이들이 백종원의 요리에 열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종원의 최종 목표는 집밥 신드롬이 아니다. 음식이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수단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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