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한국기업평가가 내놓은 ‘2014 조선, 해양플랜트와 헤비테일’은 시장의 궁금증을 덜어줬다. 전체 응답자 173명 가운데 16.2%에 이르는 28명(중복응답 가능)이 이 보고서를 ‘인상적이고 업무 활용도가 높은 연구 보고서’로 꼽았다. 21회 SRE 우수 보고서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작성됐다. 그만큼 시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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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보다 매니저와 브로커들부터 지지를 받았다. 전체 102명의 비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중 19.6%(19명)가 이 보고서를 선택했다. 한 증권사 채권 브로커는 “대우조선해양의 등급 강등 이후 긴가민가하던 점을 잘 짚어준 보고서”라며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이슈를 제기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 비교적 낯선 이슈를 논리정연하게 해설했다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대규모 적자의 원인으로 지적받는 ‘해양 플랜트’에 주목했다. 2011년만 해도 유전 개발에 대한 욕구가 정점을 찍었고, 국내 빅3 조선사들은 국제 오일업체와 해양 플랜트 계약을 체결하기 바빴다. 그러나 3~4년이 지난 지금, 해양플랜트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게다가 선박대금 결제 방식 역시 조선사의 현금 흐름을 제약했다. 계약이나 탑재시기가 아닌 인도 시기 절반 이상의 대금을 지급하는 헤비테일 방식에 조선사는 순차입금 증가라는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해양플랜트의 경우, 선수율이 낮고 건조기간이 긴 만큼 헤비테일 방식이 주를 이룬다.
올해 역시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가 나온 후 글로벌 유가는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곤두박질쳤고 해운 시황을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제 해양플랜트에서 다시 상선으로 경쟁구도가 이동하고 있다”며 “저가 수주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실망하긴 이르다. 김 연구원은 국내 빅3 조선사가 고도의 해양플랜트 경쟁력을 지닌 데다 인도시 지급 비중 역시 과거보다 낮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재무부담이 여전히 남아있더라도 현 수준의 수주 잔고가 유지된다면 부담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조선업 전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이 경험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조선업을 둘러싼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객관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1회 SRE는 2015년 5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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