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빼돌리고..세금 고액체납자 '천태만상'

안혜신 기자I 2014.06.14 09:24:23

친인척, 페이퍼컴퍼니 등 동원 자산 은닉
국세청 "해외숨긴재산추적팀 신설 단속 강화..끝까지 추적"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황제노역’으로 논란이 됐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딸 명의의 한 빌라. 아무도 살지 않는 이 빈 빌라에 검찰과 국세청 요원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어렵지 않게 허 전 회장이 숨겨둔 고가 미술품 100여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허 전 회장은 양도소득세 등 수백억원의 세금을 체납하고 해외로 도피, 숨겨둔 자금을 사용하며 호화생활을 벌이다 덜미가 잡혔다. 국세청은 특수관계법인 소유 부동산을 매각, 수백억원의 현금을 징수하는 한편 빌라를 수색해 발견한 그림과 도자기 등 100여 점을 모두 압류했다.

허 전 회장과 같은 고액체납자들의 재산 은닉 수법이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많게는 수백억원의 세금이 체납됐음에도 지능적 방법을 사용해 재산을 은닉, 세금 납부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국세청에서 적발한 고액체납자 천태만상이다.

(자료: 국세청)
◇ 골프장을 운영하는 법인 B는 부가가치세 등 수십억원을 납부하라는 고지를 받자 골프장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신탁했다. B 법인은 이어 페이퍼컴퍼니와 위탁경영 계약을 체결, 골프장 사용료를 페이퍼컴퍼니 명의 신용카드로 결제받는 방식을 이용해 체납처분을 회피했다.

국세청은 사업장 수색을 통해 현금 수천만원을 압류하는 한편 B 법인이 페이퍼컴퍼니 계좌를 이용해 신용카드 매출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세청은 이러한 행위가 체육시설설치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사항임을 통지, 신용카드 매출을 정상화 한 뒤 압류를 통해 현금 수십억원을 징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던 C씨는 양도소득세 등 수십억원을 체납한 상태였다. C씨는 체납으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 압류될 것을 예상, 유일한 보유 부동산을 특수관계법인에게 허위 양도했다. 이후 C씨는 배우자 소유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했다.

국세청은 C씨의 부동산 허위양도에 대해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 수십억원의 조세 채권을 확보했다. 또 체납자의 거주시를 수색, 보유현금을 압류하고 숨겨놓은 다른 부동산의 양도계약서를 찾아내 양도소득세 수십억원도 추가로 징수했다.

◇ 의류제조업체인 D는 법인세 수십억원을 체납했다. 이 법인의 대표자 E씨는 허위거래 등을 통해 법인자금을 유출, 배우자 명의로 비상장법인의 주식을 취득한 뒤 주식명의개서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재산을 은닉했다.

또 친인척 명의로 자본급을 납입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부동산을 저가양도하는 수법으로 중국인에게 명의를 신탁했다. 이후 횡령 및 부동산 불법양도 혐의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까지 했다.

국세청은 우선 취득 후 명의개서하지 않은 주식에 대한 명의개서 및 인도요규 소송을 제기하고 유가증권을 가압류, 조세채권 수십억원을 확보했다. 또 중국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반환청구소송을 제기, 조세채권 수십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국세청은 올 들어서만 지난 4월까지 고액체납자 2220명으로부터 1930억원의 현금을 징수하고, 1773억원 상당의 숨긴재산을 찾아내 압류한 상태다.

국세청은 올해 해외 숨긴재산 추적 전담팀을 새롭게 구성하는 등 해외 은닉혐의가 있는 고액체납자에 대한 추적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서진욱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은닉재산추적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등 고액체납자에 대한 정보수집과 추적활동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신종 재산은닉 행위에 엄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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