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는 지난 23일 김씨와의 인터뷰에서 고졸채용 실태와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병역을 해결하고 나면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좋은 조건의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조건의 회사`란 단지 야간대학이라도 다닐 수 있는 곳을 의미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대면한 노동의 현장. 스무 살도 안 된 그가 마주하기에는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동료 직원들의 따뜻함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었어요. 함께 야근을 서던 선배가 SMT(표면실장기술·Surface Mounting Technology) 장비에 장착하는 피더(Feeder)를 가져오라고 했는데 선배가 원하던 제품과는 다른 것을 가져오게 됐어요. 그 제품은 생산지와 규격이 다양한데 선배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다짜고짜 가져오라고 했거든요. 선배는 다른 제품을 가져온 제게 주변에 있던 가위며 부품이며 모두 집어던지면서 성질을 냈어요. 나이가 어리다고 허드렛일도 많이 했지만 그땐 참 서럽더라고요"
실제 산업현장은 김 씨가 생각하는 이상과 전혀 달랐다. 같은 또래의 고졸자들은 박봉과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다반사였다. 김 씨의 한 친구는 엘리베이터 수리 업무를 하면서 무거운 장비와 씨름했지만 한 달 임금은 겨우 60만원에 그쳤다. 그 친구 역시 회사를 그만두긴 마찬가지였다.
김 씨는 "열심히 회사를 다니며 돈 많이 벌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야간대학에 진학해 이제까지 다뤘던 전기와는 다른 과목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 씨의 꿈을 펼치기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고졸 사원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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