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055550) 경영진 동반사퇴, 우리금융지주(053000) 민영화, 외환은행(004940) 매각 등 올해 금융권 현안을 둘러싼 굵직굵직한 매듭들이 하나둘씩 풀리면서, 회사별 분위기 쇄신 목적의 인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년초부터 3월 정기주주총 시즌까지 4개 금융지주회사 CEO 중 3곳, 6개 주요은행장 중 5곳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어서 금융권에 유례없는 연쇄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 우리금융 예상밖 `중폭` 인사..부행장 13명중 6명 바꿔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지난 8일 12명의 부행장 중 5명에 대해 부행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방침을 해당 부행장들에게 통보했다. 글로벌 사업단과 외환사업단이 합쳐 글로벌사업본부(부행장급)로 확대 개편되면서 늘어나는 부행장 자리를 고려하면 총 13명의 부행장(수석부행장 제외)중 6명의 부행장이 새로 선임되는 것이다.
부행장들의 보직이 바뀔 경우 인사폭은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은행 부행장직에서 물러나는 김정한 부행장(리스크관리본부장)은 현재 겸임하고 있는 지주 전무직은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올해 부행장 인사가 2~3명 수준으로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은행 안팎의 예상을 뒤집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중폭(6명)의 인사를 단행했고, 행장 임기가 3개월 밖에 남지 않았으며, 우리금융 민영화가 진행중이라는 점 등으로 연말 임원 인사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이종휘 행장도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인사폭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인사 방침은 새로운 선장을 맞이한 KB금융이나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 등으로 내년 예상되는 치열한 은행권 4강 경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이종휘 행장이 나이가 많고 임기를 채운 부행장들은 물러나도록 한다는 과거 인사 원칙을 고수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은행 안팎에서는 `임기 3개월 남은 행장이 자기 사람을 심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후임 행장을 배려하는 통상적인 은행 관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 신한·하나·기업·외환은행 임원 `떨고 있니`
우리은행의 이런 인사는 신한 하나 외환 기업 등 주요 경쟁 시중은행들 임원들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시중은행의 모 부행장은 "인사가 어떻게 될 지 몰라 임원 계약 만료일 직후 식사 약속을 전혀 잡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연임 가능성이 열려있는 윤용로 기업은행장 조차 최근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개인 수첩 일정을 보여주며 "마음을 비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행장의 임기는 오는 20일 만료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인사 당일 점심식사를 하다 인사 내용을 통보받고 보따리를 싸는 경우도 봤다"며 "인사 시점이 다가오면 식사도 본사 인근에서만 하는 임원들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국내 4대 은행지주회사 중 KB금융지주를 제외한 3개 은행지주회사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주총시즌에 만료되거나(우리·하나금융), 주총시즌까지 새로운 선장을 선임할 계획(신한금융)을 세우고 있다. 또 6개 주요 시중은행중 국민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의 행장도 내년 주총 시즌까지 임기가 끝나거나 새로운 행장을 뽑아야 한다. ★표 참조
하지만 금융권을 둘러싼 각종 변수 탓에 CEO들의 인사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임직원들도 업무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 누가 하마평에 오르나..외환은행장도 `솔솔`
당장 열흘 후 임기가 끝나는 윤용로 기업은행장 후임조차 `오리무중`이다. 통상 임기 만료 한달전쯤 후임 행장 윤곽이 드러났던 관행과 다른 분위기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서해 연평도 포격전, 연말 국회 예산안 일정 등으로 정부 인사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사례로 볼 때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나 김용환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지만, 연초 경제부처 개각과 맞물려 후임 행장이 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행 내부 출신인 조준희 전무(수석부행장)의 승진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금융 매각이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매각이 경쟁입찰 구도로 진행되고, 독자 민영화 방안이 성사될 경우 연임될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로 매각이 무산되거나 다른 금융회사로 인수될 경우 회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이종휘 행장 후임은 우리금융 윤상구 전무, 우리은행 이순우 수석부행장, 우리금융 김정한 전무, 자회사인 우리파이낸셜 이병재 사장 등 은행 내부 출신들이 후보군에 있다.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있다.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이 동반 퇴진한 신한금융도 내년 3월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이전까지 새로운 최고 경영진을 확정할 계획이다. 검찰 징계 수위가 변수지만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동반 퇴진할 수 있다.
신한금융 회장 후보로는 류시열 회장 대행을 비롯해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소장 등이 거론된다. 사장과 행장으로는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 위성호·최범수 신한금융 부사장 등이 언급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기존 2명의 대표이사체제를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할지, 회장직과 사장직 가운데 한 자리를 없앨지 여부에 따라 인사 폭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은행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는 내년 2~3월 정기주총에 맞춰 행장이 교체될 것으로 점쳐진다.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정서를 감안, 외환은행 출신들이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거론된다. 김승유 회장도 지인들을 통해 외환은행 출신 행장후보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3년까지 외환은행에서 국제업무, 해외영업 등을 주로 맡았던 김윤수 뉴욕은행 한국대표, 외환은행 출신으로 현재 하나은행에서 자금시장부문장을 맡고 있는 최종석 부문장, 외환은행의 J, S 부행장이 후보군에 있다.
하나금융도 김승유 회장, 김종열 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임기가 모두 내년 3월말 끝나 3명중 최소 1명 이상은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연초 경제부처 개각이 단행되면 은행권 CEO 인사 향방도 알수 있을 것"이라며 "연임이냐 교체냐에 따라 임원 인사폭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관련기사 ◀
☞충당금 줄면 주가 오를 수밖에.."은행株 사라"-UBS
☞KB금융, 연평도 주민지원 성금 5억 전달
☞어윤대 회장 "中공상은행과 지분교환 진행사항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