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도진기자] 11·15대책(공공부문)에 이어 1·11대책(민간부문)이 잇따라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는 물론 거주할 집을 찾는 실수요까지 종적을 감췄다. 반면 다주택자를 비롯한 매도 희망자들은 집값을 속속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8일 국민은행이 전국 3921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주간 아파트 매매수급 동향`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에서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다(매도우위)`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37.8%였다. 이는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매수우위)`는 응답(4.9%)보다 7.7배나 많은 것이다.
◇경기도 매도우위 50% 넘어서
경기도는 `매도자가 많다`는 응답이 지난주 들어 50%를 넘어섰다(50.9%). 반면 `매수자가 많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이처럼 매도우위 지역이 늘어난 데는 11·15대책과 1·11대책이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 폭등이 극심했던 작년 11월 첫주의 경우 서울의 매도우위 비율은 4.5%, 매수우위 비율은 61.9%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매도-매수가 비슷하다고 답한 중개업소의 경우 `양쪽 다 없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점까지 고려하면 매수자들이 거의 종적을 감춘 셈"이라고 말했다.
팔겠다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자취를 감췄다. 특히 강남 재건축 등 인기시장의 가격 상승을 주도하던 `투자수요`는 세 부담과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기대 수익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과 금융권의 신규대출 규제 등에 따라 크게 감소했다.
◇수요 `실종`, 매도자만 `발 동동`
강남구 역삼동 S공인 관계자는 "개포동 등 주변 재건축 아파트를 사겠다는 이들은 단기적인 차익을 보고 접근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투자가치를 높이 평가했던 점이 많았다"며 "매수자가 줄어든 것은 이 지역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보다는 대출 등이 어려워 투자가 힘들어진 점이 더 큰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권 및 수도권 외곽 등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는 지난 가을 집값 폭등을 이끌었던 실수요가 사라진 점이 시장 변화로 꼽힌다. 싼 집에 대한 기대로 내집마련을 `다시 보류하겠다`는 것이 실수요자들의 대세다. 도봉구 창동의 J부동산 관계자는 "오른 전셋값에도 일단은 눌러 앉겠다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시장에 매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출시됐던 매물이 거래가 안되면서 가격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는 상태"라며 "매수세가 붙지 않을 경우 강남권 중심의 하향 안정세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