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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간 바이오벤처 투자 전문 엑셀레이터기업을 운영해온 한 대표가 최근에 한 우려섞인 말이다. 엑셀레이터란 창업족진 전문기업으로 초기 벤처를 발굴해 투자와 멘토링 등 종합 보육서비스를 제공한다.
엑셀러레이터는 시드와 시리즈 A라운드 등 초기 벤처 투자를 통해 육성하는 일종의 유모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엑셀러레이터로 등록되면 투자재원의 40%를 창업 3년 미만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엑셀레이터들의 고충이 갈수록 커지면서 활동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엑셀레이터업계에 따르면 자격을 보유한 엑셀러레이터 중 실제 활동하고 있는 엑셀러레이터는 30% 미만 수준으로 전해진다. 이는 초기 벤처들의 육성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벤처투자액 규모에서도 초기 벤처 소외 현상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액 13조6244억원 중 업력 7년이 넘는 후기 벤처 투자액은 7조4156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6조3663억원)대비 16.5%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총 신규 벤처투자 증가율(14.0%)을 웃돈다.
반면 창업 3년 이내 초기 벤처 투자액은 2조2666억원으로 전년(2조2243억원) 대비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전체 벤처투자액에서 초기 투자와 후기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쏠림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초기 벤처 투자 비중은 벤처붐이 일었던 2021년 19.2%를 기록한 뒤 2022년 26.9%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초기 벤처 투자 비중은 △2023년 24.6% △2024년 18.6% △지난해 16.6%로 3년 연속 감소했다. 하지만 후기 벤처 투자 비중은 2021년 44.4%에서 2022년 38.7%로 줄어든 뒤 △2023년 47.3% △2024년 53.3% △지난해 54.4%로 확대되며 반대 양상을 나타냈다.
초기 벤처 투자 건수 현황도 마찬가지다. 벤처투자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기 라운드(시드~시리즈A) 투자 건수는 847건으로 전년 대비 40%가량 감소했다. 초기 라운드 투자액도 지난해 1조9190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30% 줄었다. 중기(시리즈B~C)와 후기(시리즈 D~프리IPO) 투자액이 모두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벤처 투자 흐름이 성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모태펀드의 투자 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보통 모태펀드의 펀드 운영기간은 8년으로 정해져있다. 모태펀드는 투자를 3년 내 마무리해야지만 다음 번 모태펀드에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투자 구조 탓에 모태펀드가 투자를 위탁한 운용사들은 1~2년 내 투자를 마무리한다. 이는 성과를 냈거나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큰 중·후기 벤처에 대한 투자를 부추길 수 밖에 없다. 초기 벤처가 운영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사상 최초로 창업 3년 내 초기 벤처에만 투자할 수 있는 모태펀드의 창업초기 분야가 신설됐지만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출자금 규모가 1000억원으로 다른 분야와 비교해 매우 작을 뿐더러 다른 모태펀드와 중복 투자 논란까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초기 벤처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탁상행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 유연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올해로 시행 10년째를 맞은 엑셀레이터 제도 개선을 통해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초기 벤처들의 투자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발빠르게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