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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개최로 지역기업 '수혜', 지역 마이스 생태계는 ‘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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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I 2025.12.03 06:00:00

예산·사업 지역 확산 뚜렷
현장대응·로컬 이해력 강점
지역 인프라 부족은 문제
지역 실무 역량 강화 시급

지난달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한복 소재로 만든 목도리를 두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민하·김명상 기자]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지역 마이스 활성화에 실질적인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정부·지자체 등 공공 부문이 발주한 각종 운영 대행용역 사업 중 상당수를 지역 기업이 수주하면서 ‘APEC 특수’를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열린 다자간 정상회의 가운데 처음 지방 도시(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가 관광·마이스 시장의 고질적 난제인 서울 등 수도권 쏠림 해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다만 최고 난도의 메가 컨벤션(국제회의) 개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취약한 지역 마이스 생태계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APEC 관련 공공입찰 절반 이상 지역 기업체가 수주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025 경주 APEC’ 입찰용역 상위 100개 기업 소재지 (‘나라장터’ 기준)
경주시에 따르면 이번 APEC 관련 정부·지자체 등 공공 부문에서 들인 예산은 약 340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담분인 국비 1719억 원 외에 개최지인 경북도와 경주시에서 각각 743억 원, 947억 원의 지방비를 투입했다. 경제단체 등 민간 주도로 열린 CEO 서밋, 전시·박람회, 문화 이벤트 개최 예산은 제외된 수치다.

AI(인공지능) 입찰 분석 솔루션 기업 클라이원트에 따르면 정부·지자체가 발주한 APEC 관련 용역은 총 749건으로 전국 499개 기업이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고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가 지방 소재 기업이었다. 전체 계약액은 1884억 원으로 1건 당 평균 2억 5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정부·지자체는 행사 개최에 필요한 용역 대행사 선정을 ‘나라장터’ 시스템에서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정부·지자체가 발주한 APEC 관련 용역의 상당수는 정상회의와 부대 프로그램 준비와 운영 등 마이스 업계가 따냈다. 국제회의 기획·운영이 주력 사업인 컨벤션기획사(PCO)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지역 PCO들이 강세를 보였다. 지역에 협력 업체 등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춘 지역 PCO가 규모를 앞세운 서울 등 수도권 PCO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구 소재 PCO 코리아커뮤니케이션즈는 경북도가 발주한 고위급실무회의(SOM1), 지역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 60억 원에 육박하는 역대급 수주 실적을 올렸다. 표선봉 코리아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지역 PCO의 최대 장점은 숙박, 교통 등 지역 내 인프라에 대한 정보와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라며 “서울 소재 PCO가 회사 규모, 실적 등에서 앞설지 모르지만, 실제 행사 운영에 필요한 섬세한 서비스는 지역 기업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지역 업체와의 협력을 우대 조건으로 내건 점도 지역 PCO의 실적을 올리는 요인이 됐다. 서울 소재 PCO 더 웰컴 김미자 대표는 “제안서와 프리젠테이션에서 지역 기업과의 협력을 가장 강조했다”며 “이번 APEC을 계기로 지역에 믿을 만한 협력 파트너를 확보한 것도 큰 성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북도와 인천시가 각각 발주한 사전 실무회의(SOM1·3), 부대행사 용역을 따낸 더 웰컴은 APEC 정상회의로 58억 원이 넘는 계약 실적을 올렸다.

서비스 인프라 부족…지역 마이스 생태계 강화해야

10월 31일에 경주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 (사진=연합뉴스)
APEC 정상회의 개최로 인한 수혜가 PCO 등 지역 기업체에 상당 부분 돌아갔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겼다. 일부에선 지역의 취약한 산업 생태계로 APEC 특수가 반짝 효과와 성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 PCO의 수주 실적이 늘어난 배경에 발주기관인 지자체의 지역 기업과의 협력 유도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업계에선 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를 계기로 취약한 지역 마이스 산업 생태계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특히 무대·등록·수송 등 분야 서비스 기업과 국제행사 경험을 지닌 전문 인력이 지역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지역 마이스 활성화와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취약 포인트로 떠올랐다. 실제로 상당수 지역 PCO가 지역 내 국제행사 경험을 갖춘 협력사와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서울 등 수도권에서 서비스를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만 지역 기업이 따냈을 뿐 이어지는 후속 효과는 전부 역외로 빠져나간 꼴이다.

한 PCO 관계자는 “현지에 24시간 운영하는 인쇄소를 섭외하지 못해 결국 서울에서 출력해 KTX로 실어 날랐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기존 협력 업체를 이용했지만 거리 등 문제로 평소만큼 인력 투입이 어렵다 보니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했다”고 토로했다.

지역 마이스 경쟁력 강화의 해법을 행사 발굴, 유치 외에 행사 개최에 필요한 분야별 협력 기업, 인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역에 원활한 행사 준비와 진행이 가능한 서비스망이 없는 상황에서 외부 행사 유치만 늘려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은주 한림대 교수는 “지역에선 시설, PCO 위주 마이스 협의체(얼라이언스) 멤버 구성도 전략적으로 서비스 분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 도시의 마이스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지역 현지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 기업들이 마이스 관련 기본 정보와 지식, 서비스 마인드를 갖춰나갈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맞춤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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