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가 다가오는 하반기가 기대된다며 꺼낸 말이다. 상반기를 기점으로 인수·합병(M&A) 거래가 저점을 찍었다면, 하반기부턴 반등할 것이란 의견 우세하다. 특히 최근 들어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굵직한 인수·합병(M&A) 매물이 속속 등장하면서 업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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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오랜 기간 움켜쥐던 대형 매물이 하반기 다시 시장에 등장하면서 활기를 불어넣는 모양새다. 매각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가운데 절차가 시작되는 곳도 속속 눈에 띄면서 시장을 견인할 앵커 매물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재 국내 자본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 중 업계 관심 가장 높은 매물로 꼽히는 곳은 에코비트, 하나투어(039130), 여기어때, 서린컴퍼니 등이 있다.
폐기물처리 업체 에코비트는 올해 M&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어(大漁)’다. 태영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와 KKR이 보유한 지분 100%가 매각 대상으로, 몸값은 약 2조 5000억원에서 3조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서 태영그룹과 KKR은 매각 주관사로 UBS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했다. 최근에는 IMM PE·IMM 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싱가포르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 홍콩계 거캐피털, 칼라일그룹 등 4곳이 원매자 숏리스트로 선정되면서 매각에 속도가 붙고 있다. 계획상 오는 7월 말에 본입찰, 8월 중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투어도 손꼽히는 매물 중 하나다.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하나투어 지분 16.68%를 보유한 대주주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경영권 매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하나투어의 몸값은 1조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동종업계 기업 야놀자에 비해 몸값이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 등 다양한 원매자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IMM PE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IMM PE가 보유한 지분에 창업자와 관계자 보유 지분 11%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해 총 27.7%를 매각하고자 한다.
동종 업계 매물인 여기어때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수목적법인(SPC)인 베이컨스컴퍼니를 통해 여기어때 지분 80.87%를 보유한 유럽 최대 PEF 운용사 CVC캐피털파트너스는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자 움직이고 있다. CVC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티저레터(투자 안내서)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어때의 몸값은 1조 5000억원으로 평가된다.
스킨케어 브랜드 라운드랩 운영사 서린컴퍼니는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선정하고 관련 절차에 나섰다. PEF 운용사 칼립스캐피탈과 메리츠증권 신기술사업부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공동 결성해 서린컴퍼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 1년만에 경영권 매각에 나서며 업계 눈길을 끌고 있다.
대어급 매물이 줄줄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 업계는 고금리와 고환율 등 경기 불확실성에 숨죽이고 시장을 관망하던 운용사들이 펀드 만기를 앞두고 본격 포트폴리오 매각에 나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벌써 글로벌 PEF 운용사들의 수익이 증가하는 등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라며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뿐 아니라 한국은행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묵혀왔던 포트폴리오를 엑시트(투자금 회수)해 정리하고 새로운 펀드 결성 작업을 마무리 지으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