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팔기 시작한 공차의 진심은 [먹어보고서]

한전진 기자I 2024.03.31 09:17:40

우스갯소리 펄볶이…공차 ‘찐’메뉴 출시
공차 “타피오카 펄, 소스랑 제법 잘 어울려”
차(茶)브랜드 이미지, 좀 더 다이나믹하게
2030세대에게 어필…손에 묻어나는 소스로 불편함도 있어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보자마자 할 말을 잃었다. 밀크티 컵 위에 펄로 만든 떡볶이, ‘펄볶이’가 얹혀있다. 마치 어린 시절 학교 앞 분식집에서 즐겨 먹던 ‘콜팝’을 연상시킨다. 평소 내가 알던 공차가 맞나 싶다. 독특한 이질감이 뭔가 새롭다. 펄볶이 맛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 누구나 상상하는 그 맛이다. 강점은 이질적인 조합에 있다. 차가운 밀크티 한 모금과 뜨겁고 매콤한 펄볶이가 혀를 계속 자극한다.

공차 펄볶이 (사진=한전진 기자)
공차코리아(공차)가 가상의 상품 ‘펄볶이’를 출시했다. 만우절을 맞아 4월 1일부터 이를 시즌 한정 상품으로 선보이면서다. 펄볶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밈’ 같은 상품이었다. ‘공차의 펄로 떡볶이를 해먹으면 맛있다’는 우스갯소리를 유튜버들이 먹방 콘텐츠로 진행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공차는 이를 ‘진짜’ 정식 메뉴로 만든 셈이다. 공차 관계자는 “실제 출시를 요청하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있었다”며 “공차의 밀크티와 매운 음식을 페어링하는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차는 3월말 홍대점, 명동점, 서울대점 등에서 펄볶이의 파일럿 판매를 진행했다.

홍대점과 명동점을 찾아 맛보기에 도전했지만 매번 품절로 구매에 실패했다. 결국 서울대점까지 가서야 제품을 맛볼 수 있었다. 제품은 ‘오리지널 펄볶이‘, ‘마라 펄볶이’ 두 가지였다. 기존 밀크티 제품과 함께 선택해 콤보로 나오는 식이다. 작은 플라스틱 숟가락도 같이 준다.

마라 펄볶이와 브라운 슈가 쥬얼리 밀크티. (사진= 한전진 기자)
펄볶이는 뜨겁지만 하단의 밀크티는 차갑다. 냉·온탕을 둘 다 즐기는 희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는 달콤함과 매콤함이 대비되면서 더 극대화한다.

다만 장점은 여기까지다. 사실 불편한 점이 더 크다. 펄볶이의 뚜껑을 열다 보면 손이나 테이블이 소스 범벅이 된다. 플라스틱 컵 특성상 밀봉 처리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펄볶이는 매장 취식이 불가능하다.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여러 가지를 따져보면 펄볶이를 두 번 이상 찾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펄볶이는 마케팅 수단의 역할이 더 크다. 이윤이 목적인 상품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목표는 공차가 ‘2030 세대’에게 입소문이 나는 데 있다. 공차는 차분하고 정적인 ‘차’(茶) 브랜드색이 강하다. 이 때문에 10대들 사이에선 ‘엄마들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펄볶이는 이를 바꾸기 위한 일환인 셈이다.

대다수의 이색 상품이 이런 목적으로 탄생한다. 공차는 현재 게임·패션브랜드와도 적극적인 협업을 진행 중이다. 미래 소비자층에게 끊임없이 존재감을 내보이기 위해서다.

공차는 현재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 현지의 2세대 밀크티라고 불리는 헤이티(喜茶), 차백도(茶百道) 등이 최근 국내에 상륙해 한국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이기도 하다. 현재 공차코리아 대주주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TA어소시에이츠는 엑시트(투자금회수)를 준비 중이다. 앞서 TA어소시에이츠는 2019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UCK파트너스로부터 3500억원에 공차를 인수했다. 현재 공차의 시장 가격은 약 6000억원대로 알려졌다.

펄볶이는 4월 1일부터 전국 공차 매장에서 판매한다. (사진=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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