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연구진이 고령층 8000여명대상(평균 연령 74세)으로 디지털 문해력을 비교 분석한 결과 디지털 문해력이 높을수록 우울은 감소, 인지기능은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디지털 문해력이란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전자기기 사용은 물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쓸 줄 알고 디지털 플랫폼에서 명확한 정보를 찾고 평가하고 조합하는 일, 정보를 생성하고 공유하는 일 등이 해당된다. 최근에는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를 판별하는 능력을 디지털 문해력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혹자는 이번 연구결과가 청소년과 젊은 층의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상황에서 무조건 해롭게 여겨졌던 스마트폰의 반전이라고 하지만 선뜻 동의하긴 어렵다. 스마트폰 사용량이 곧 디지털 문해력의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통상 일반인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로 볼 때 노인은 70% 정도로 본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기술이나 기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연구결과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도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정보를 검색하고, 음악과 영화를 즐기고 은행 업무를 보고 물건을 구매하는 정도의 활동만으로 훨씬 활기차고 즐겁게 살면서 인지기능까지 높일 수 있다니. 비록 수차례 했던 설명 반복해가며 알려드려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겠지만 기꺼이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은가.
‘100세 인생’의 저자인 런던대 심리학교수 린다 그랜트는 한국의 고령화 저출산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로봇밀도(노동자 1만명 당 로봇수) 세계 1위, 고도로 발달된 IT 환경에 한국의 중장년층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교육열이 높고 학습에 익숙하다. 신기술 교육과 훈련에 대한 적절한 정책적 지원만 있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결 안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노령층 증가와 출산율 저하 현상 역시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10년 당 2년씩 연장된 인간의 수명은 어느덧 100세 시대를 열었고 이미 AI와 로봇의 첨단기술 중심 시대로 들어셨다. 그랜트는 100세 시대에는 우리 부모 세대가 살아 온 ‘교육-일-퇴직’의 3단계 인생 개념을 넘어 인생 후반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완전히 다른 삶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은 2025년에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한다. 생산연령인구 역시 2050년에는 2019년 대비 3분의 1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가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할 의지와 경험, 전문성이 있는 중장년은 노동시장에서 나름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의하면 우리나라 근로자는 45세 전후에 직업능력이 가장 높고 그 이후 역량이 점차 감소하는데 50세 전후로 정보화나 디지털 능력 같은 직업 필수역량의 감소폭이 가장 크다고 한다.
재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지속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디지털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 경험이 역량은 아니다. 요즘 회사에서는 슬랙(Slack)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고 노션(Notion)을 통해 자료를 공유한다. 젊은 층이 주로 쓰는 생산성 도구를 잘 활용하면 그들과의 소통이 한층 원할해진다.
이왕이면 AI 문해력까지 갖춰보자. 여전히 4050의 챗GPT 사용경험은 20%가 안 된다. 남의 말만 듣지말고 직접 해보길 권한다. 두어 시간만 대화해보면 어떤 식으로 질문해야 더 좋은 답이 나오는지 깨닫게 된다. 부담없이 생성형AI를 경험하려면 카카오톡에서 애스크업(Askup)을 친구찾기로 추가해 시작해볼 수 있다. AI 활용, 시작이 부담스럽지 막상 해보면 흥미롭다.
AI시대, 5060 중장년에게 사회생활을 연장하는 최고의 도구이자 경쟁력은 디지털 문해력이다.